[유상철의 차이나 워치] 4중전회 전후로 살펴본 중국 권력구도

중국 정가는 안녕한가. 지난달 말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이하 4중전회) 폐막 이후 잠잠한 모습이다. 4중전회 개최 직전 난무했던 온갖 소문이 가라앉은 탓이다. 당시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완전 은퇴할 것(全退)에서 당 총서기는 유지하되 군사위원회 주석 자리는 내려놓을 것(半退) 등 각종 루머가 판쳤다. 그러나 회의 결과를 담은 4중전회 공보(公報)가 발표되며 조용해졌다.
군사위 7명 중 3명 숙청, 4중전회서 충원 ‘0’
공보는 소문을 불식한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시 주석에 대한 충성을 강조했다. 당내 시진핑의 핵심(核心) 지위를 대변하는 양개확립(兩個確立)이나 양개수호(兩個維護), 군내 시 주석의 위상을 강조하는 군사위원회 주석책임제 등과 같은 표현이 공보에 등장했다. 2035년까지의 발전 로드맵 또한 재차 언급돼 시 주석의 4연임은 물론 그보다 더 오래 집권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특히 후계 구도를 엿볼 수 있는 어떤 당내 인사도 없었다. 당중앙 군사위 위원인 장성민(張升民)이 군사위 부주석으로 승진한 게 전부다. 공보만을 놓고 보면 시진핑 천하는 아무 일 없이 순항 중이다. 그러나 공보의 내용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내부 분열을 가리기 위한 당의 선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종이 한 장으로 치열한 권력 투쟁을 가릴 수 없다는 이야기다. 수면 아래 오리 발은 바쁜 법이다

이면을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주목할 건 4중전회 개최를 사흘 앞두고 나온 중국 국방부 대변인 장샤오강(張曉剛)의 발표다. 장 대변인은 10월 17일 오후 5시15분 먀오화(苗華) 등 9명의 상장(上將)에 대해 당중앙이 당적을 제적하기로 결정했으며, 이중 8명은 당 중앙위원이기에 20일부터 열리는 4중전회에서 당적 제적에 대한 추인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샤오강의 발표대로 4중전회는 23일 폐막하면서 이들에 대한 당적 제적 처분을 승인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건 국방부와 중국의 3대 언론사인 인민일보와 신화통신사, CCTV의 보도 태도다. 국방부 발표 5분 후 CCTV가 이 내용을 전했다. 이후 5시33분 인민일보, 5시34분 신화통신사 순이다. 보통 중국에서 큰 일이 생기면 통신사인 신화가 먼저 보도하고 이를 신문인 인민일보와 방송인 CCTV가 받아 전한다.
한데 이번에는 신화사가 가장 늦었다. 또 CCTV의 경우엔 이처럼 큰 뉴스를 저녁 7시 메인 뉴스인 신원롄보(新聞聯播)의 톱으로 다뤄야 하는데 아예 보도 자체를 하지 않았다. CCTV 보도는 CCTV-4인 중문 국제 채널에서 이뤄졌다. 중국 국내엔 알리고 싶지 않은 모양새였다. 17일의 국방부 발표가 더욱 이상한 점은 이게 왜 4중전회 앞에 나왔냐는 점이다.
4중전회에서 9명에 대한 처분을 승인하면 그때 발표해도 되지 않느냐는 거다. 한데 왜 국방부가 서둘러 발표했나. 시진핑 주석과 아직도 시진핑의 영향력이 강한 당을 압박하기 위한 차원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즉 시진핑과 갈등을 빚고 있지만, 군에서의 입지는 시 주석보다 더 강력한 장유샤(張又俠)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의 의도가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시진핑과 장유샤 간의 샅바싸움은 아직도 팽팽하게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4중전회 공보가 시 주석의 건재를 과시했지만, 시진핑 반대 세력은 다른 주장을 편다. 공보는 그저 공산당이란 한 배를 탄 이들의 정치적 타협 결과라는 거다. 이들은 양권불양위(讓權不讓位) 또는 교권불교위(交權不交位) 등의 말을 한다. 시진핑이 4중전회를 통해 실질적 권력은 내놓았지만 자리는 지키기로 타협을 했다는 것이다.
또 시진핑의 미래가 장차 화궈펑(華國鋒) 모델을 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한다. 화궈펑은 마오쩌둥(毛澤東) 사후 1인자가 됐지만, 이후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권력을 하나하나 내려놓게 됐다. 덩샤오핑은 우선 당(黨)과 정(政)의 분리를 내세우며 화궈펑이 갖고 있던 총리 자리를 빼앗았고, 1980년 11기 4중전회에서는 당 총서기 자리를 만들어 화의 당 주석 지위를 빈껍데기로 만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군사위원회 주석 자리를 넘겨받아 화궈펑을 완벽하게 무력화시켰다. 시 주석의 지난 5월 뤄양(洛陽) 방문도 도마에 오른다. 뤄양은 해가 진다는 뤄양(落陽)과 발음이 같다. 마오쩌둥(毛澤東)은 생전 한 번도 뤄양을 찾지 않았다고 한다. 지도자가 기피하는 곳이다. 시진핑의 뤄양 방문은 해가 서산에 가까운 일박서산(日薄西山)을 시사하는 게 아니냐는 거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들은 대부분 시진핑 반대파가 바라는, 이른바 희망의 소산으로 보인다. 현실의 중국에선 4중전회 정신을 배우자는 운동이 한창이다. 서열 2위 리창(李强) 총리는 국무원을 중심으로, 5위 차이치(蔡奇)는 당 위주로, 그리고 심지어 장유샤는 군내에서 4중전회 정신의 선전 설명에 해당하는 이른바 ‘선강(宣講)’ 활동에 여념이 없다.
여기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게 시진핑에 대한 충성, 추대(擁戴), 수호(維護), 지킴(捍衛) 등과 같은 표현이다. 그렇다면 현재 중국의 정국을 어떻게 봐야 하나. 중앙당교 교수였다가 미국으로 망명한 차이샤(蔡霞)의 분석이 눈에 띈다. 그는 시진핑-장유샤 간 ‘공포의 균형’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다. 시 주석은 군내 영향력이 급격하게 줄었다. 집권 이래 79명을 승진시켜 상장으로 만들었지만 이중 절반 가까운 36명이 문제가 생겼다.
시진핑이 역점을 둬 창설한 로켓군의 경우엔 초대부터 이제까지 4대의 사령관 모두가 탈이 났다. 웨이펑허(魏鳳和)와 저우야닝(周亞寧), 리위차오(李玉超), 왕허우빈(王厚斌) 등. 미사일을 담당하는 로켓군은 만일 양안(兩岸) 무력통일을 위해 대만과 일전을 벌여야 한다면 가장 먼저 나서야하는 부대다. 한데 지휘부가 이처럼 쑥대밭이 됐는데 과연 전투에 임할 수 있는 상태인지 매우 의심스럽다.
일각 “권력 하나씩 빼앗긴 화궈펑처럼 될 것”
어디 그뿐인가. 시진핑의 군내 업무를 가장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중앙군사위판공청 주임의 경우 역시 초대부터 3대까지 모두 문제가 생겼다. 초대 친성상(秦生祥)은 보이지 않은 지 오래고 2대 중사오쥔(鍾紹軍)은 지난해 4월 국방대학 정치위원으로 밀려났다가 최근엔 여기서도 쫓겨난 것으로 확인된다. 그리고 현재 시 주석을 모셔야 하는 3대 팡융샹(方永祥) 또한 모습이 사라졌다. 모두 부패 연루를 의심받고 있다.

또 가장 중요한 군사위원회 7명의 구성원 중 3명이 부패 혐의로 숙청됐지만, 이번 4중전회에서 충원은 없었다. 시 주석은 2023년엔 7명, 지난해엔 4명을 상장으로 승진시켰지만 올해는 단 한 명도 상장 계급을 달아주지 못했다. 시진핑의 군내 권력이 정상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군에서 입김이 강한 장유샤가 군 넘어까지 시 주석에 정면 도전할 입장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당과 정에선 아직도 시진핑의 인맥과 권력이 건재하다.
결국 누구도 어쩌지 못하는 공포의 균형 상태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균형을 깨기 위한 시도는 양측 모두에서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수단은 정적(政敵) 제거에 가장 좋은 반(反)부패다. 군에서의 부패척결은 시진핑 입장에선 불리해 보인다. 타깃이 시진핑의 친위대 역할을 했던 푸젠(福建)성 기반의 옛 31집단군 출신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미 숙청된 먀오화가 중요 고리로 현재 100여 장성이 심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군내 시자쥔(習家軍)의 섬멸을 뜻한다. 이런 가운데 푸젠방(福建幇)을 대표하는 시 주석의 심복 차이치 정치국 상무위원이 이달 초 4중전회 정신 배우기 활동에서 밝힌 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차이치는 일부 당 간부가 당의 자아혁명에 소극적이라고 질타하면서 “칼날은 안으로 향해야 한다(刀刃向內)”고 강조했다. 내부 성찰 또는 자정(自淨) 노력을 이야기한 것인데 시진핑 반대파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분분하다.
중국 정가는 이처럼 한동안 공포의 균형 속에서 군은 군대로, 당은 당대로 반부패의 기치를 내건 숙청 바람이 매섭게 불 전망이다. 그 결과에 따라 시 주석의 리더십 또한 결정적 변곡점을 맞게 될 것으로 중국은 물론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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