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을 강타한 사이클론(열대성 폭풍) ‘세냐르’가 사라진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홍수 피해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다. 피해 지역에서 질병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으며 낙후된 시골 마을에서는 구호·복구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당국은 이날까지 세냐르 영향으로 아체를 포함한 세 곳 주에서 최소 940명이 사망하고 276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파괴된 주택은 10만 채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로이터는 홍수로 치명적 피해를 본 아체주 아체타미앙 주민 사이에서 설사, 발열, 근육통 등 질병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주민들이 오염된 진흙과 잔해에 노출된 데다 폭우로 집까지 잃으면서 질병이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 시설마저 파괴됐다. 이 지역 환자와 의료진은 의료 기기가 진흙으로 덮여있거나 주사기가 바닥에 흩어져있었다고 전했다. 의약품도 홍수에 휩쓸려 나갔다.
현지 간호사 누르야티는 의약품이 부족해 병원이 마비될 뻔했다며 “이건 엄청난 재앙이다. 모든 것이 파괴됐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진이 소아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쓰려다가 기계에 물이 차오르는 바람에 쓰지 못한 일이 있었으며 폭우 이후 병원에서 아기 한 명이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홍수로 도로와 다리도 파괴됐다. 이는 외부 의료진이 아체타미앙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됐다. 의사 칙 이크발은 배를 타고 겨우 아체타미앙에 들어왔다고 로이터와 인터뷰했다.
인도네시아 보건부는 지난 5일 기준 홍수로 전국 병원 31곳과 보건소 156곳이 홍수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했다.

사이클론은 지난달 27일 다른 지역으로 넘어갔지만 열대우림과 산악지대에 둘러싸인 아체주 농촌 지역 복구 작업은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일부 지역은 헬기를 띄우는 공수작전을 통해서만 구호품을 전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BBC방송은 전날 전했다.
이 지역 주지사는 “아체주의 외딴 지역의 상태는 아직도 그대로다. 사람들은 홍수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굶어 죽고 있다”며 걱정했다. 그는 수색대가 허리까지 차오른 진흙탕에 묻힌 시신을 수습하고 있으며 구호단체 활동가들이 피해 지역으로 진입하기 위해 진흙으로 막힌 도로를 헤쳐나가고 있다고 했다.
아체주 린탕바와 마을 주민인 피트리아나는 “네 살배기 아이들과 함께 지붕 위에서 3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살아남은 사람들도 있었다”고 BBC에 말했다.
세냐르는 지난달 25일 수마트라 북동부에 상륙하면서 기록적인 비를 쏟아냈다. 사이클론은 보통 열대성 저기압이 나타나는 인도양에서 생성되지만, 이번 사이클론은 이례적으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사이 믈라카해협에서 만들어졌다.
지난달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스리랑카,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4개 국가에서 각각 내린 폭우 피해로 인한 사망자는 이날까지 최소 1826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AFP통신은 집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