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 조용필, 정규 20집으로 귀환…"앨범은 마지막, 노래는 계속"

2024-10-22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리빙 레전드 가왕' 조용필이 11년 만에 정규 20집으로 돌아왔다.

조용필은 2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정규 20집 '20'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음반은 쉽게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지금까지 만족해서 내놓은 적은 한 번도 없다. 자신과의 싸움 끝에서 나온 앨범"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규 20집은 2013년 '헬로(Hello)' 이후 무려 11년 만이다. 이번 타이틀곡 '그래도 돼'는 이 시대 모든 이들을 위한 뭉클한 응원가이다. 이제는 자신을 믿어보라고, 조금 늦어도 좋다고 토닥여주는 노래로, 호쾌한 전기기타와 청량감 넘치는 절창, 고해상도의 사운드가 총동원된 조용필만의 모던 록이다.

이날 조용필은 "11년 만에 정규앨범인데 1991년에 TV방송 출연을 안 하고 콘서트만 하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 방송을 안 하니까 앨범을 내 봤자 홍보가 제대로 안 되더라. 그러다 2013년 19집은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당시 타이틀곡 '바운스(Bounce)'가 그렇게 잘 될줄 몰랐다. 음반이 정말 쉽게 되는 게 아니다. 곡 작업을 정말 많이 했고, 다음날 들어보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더 오래 걸린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타이틀곡 '그래도 돼'는 올해 본 한 스포츠 경기를 봤는데 우승자가 챔피언 세레모니를 하고, 같이 싸웠던 한 분은 끝나자마자 지니 카메라에 비치지 않더라. 그걸 보면서 저는 카메라 밖에 있는 패자의 마음은 어떨까 싶었다"라며 "속상하고 실망했겠지만, 그 당시에 나 같으면 '다음에 이길 거야 힘을 가질 거야, 지금은 그래도 돼'라는 생각을 했다. '한 번 더'라는 마음을 작사하시는 분과 만나, 이런 곡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이든 이런 마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패자에게 감정이입이 됐던 것 같다. 모든 사람이 다 성공할 수는 없지 않느냐. 똑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 중에도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용필은 데뷔 55주년이었던 지난 해에는 국내 톱스타만 설 수 있다는 잠실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그동안 꾸준히 앨범을 발매하면서 공연을 이어온 변하지 않는 감성으로 무려 정규 20집을 대중에게 선보였다.

그는 "앨범은 아마 마지막이다. 두 곡 내지 몇 곡씩 낼 수도 있다. 또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 21집을 낼 수는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번 앨범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조용필의 정규 20집 타이틀곡 '그래도 돼'와 수록곡 하이라이트 음원을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그는 수록곡 '왜'에 대해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렸던 곡이다. 코러스도 아무것도 없다. 그간 수많은 곡을 내면서 이 곡만큼 연습을 많이 한 곡은 없었던 것 같다. 여러 가사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잘 맞는 가사를 선택해서 녹음을 했다. 창법이나 가성, 노래의 전달력에 대해 많이 신경을 썼다. 가장 많이 연습을 했던 곡"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 곡을 연습하면서 될 것인가 안 될 것인가가 판가름이 난다. 나한테 맞는지, 앨범에 잘 어울리는지 결정이 된다. 가능성은 있다고 느껴서 여러 가사로 연습을 했다. 결정이 난 후에는 창법이나 톤을 연습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한 노래"라고 말했다.

앨범에서 조용필이 가장 큰 파격변신을 시도한 곡이 바로 '라'이다. 가장 하드한 일렉트로니카 트랙으로, 보컬 특유의 허스키하고 치밀한 음성이 첨단의 편곡과 만나 청량감을 내뽐는 곡이다.

조용필은 "이 곡에 대해 논란이 있기도 하다. 사운드도 그렇고 나이를 계속 생각하게 되더라. 그래도 하고 싶으니까 했는데 콘서트에 잘 맞는 곡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 자의 반 타의 반이라고 할 수 있다. 주변에서 이 곡은 해야 된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듣고 또 듣다가 하게 된 곡"이라고 덧붙였다.

여전히 '가왕'이라는 말과 함께 '영원한 오빠', '영원한 청춘'이라는 수식어가 조용필의 이름 앞에 붙고 있다. 그리고 매 앨범마다 파격적인 시도가 더해진다. '헬로' 앨범에서는 '바운스'가 그랬고, 이번 앨범에는 '라'가 그와 비슷한 결의 노래이다.

이에 대해 조용필은 "가수로서 노래하는 걸 좋아해야 하고, 음악이 좋아야 하고, 장르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들어야 하고 계속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창법이나 발성에 대해 연구한다. 다른 가수들이 노래 부르는 걸 보면서 시험도 해본다. 이런 과정들이 재미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하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마음이 대중에게 가면 그건 대중의 표현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가수나 노래는 대중의 것이 되기 때문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예전에는 단순히 음악이 좋아서 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깨닫게 되면서 디테일하게 연구해 나가는 편"이라며 음악에 대한 변치않는 애정을 드러냈다.

대중가요에서 많이들 사용하는 감정이 바로 '사랑'이다. 하지만 최근 발표한 노래들을 보면 '사랑' 외적인 것을 주제로 삼고 있다. 조용필은 "나이 이야기를 계속 하지만, 사랑 노래를 굉장히 많이 불렀다. 너무 많이 불렀다. 제가 '꿈'을 작사, 작곡했을 때 시골에서 도시로 몰려드는 청년들에 대한 사설을 봤다. 그 가사가 '꿈'이었는데, 요즘에는 제가 쓰진 않지만 사랑 이야기를 제외해 달라는 요청을 한다"고 말했다.

사랑 대신 이번 앨범을 채운 것이 바로 '응원'이다. 그는 "옛날 노래를 들어보면 희망을 주는 것들이 많다. 저도 그런 위로를 받았기 때문에 저도 해야 된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다. 무엇이든지 힘든 과정이 있어야 하나의 것을 완성할 수 있다. 지금 힘들다고 계속 힘들어 하면 하지 못한다. 힘들어도 끝을 내 봐야 그것이 작더라도 나중에 발전이 된 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힘들어도 해야 한다"라며 청년들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

현재 K팝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현 K팝 아이돌들의 우상인 조용필은 현 시점의 K팝에 대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엄청나지 않느냐. 물론 처음에는 경제적으로 엄청난 도약을 하면서 선진국에 들어왔고 거기에 우리 K드라마, K팝, K푸드까지. 알고 보니 이게 1990년대부터 조금씩 발전해 나갔다"라며 "갑자기 BTS가 잘 된 걸 줄 알았는데 그전부터 외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K팝 위상이 높아졌는데 저도 좀 늦게 태어났다면, 키가 커서 잘생겼으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아쉽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끝으로 조용필은 "두서없이 말을 하게 된 것 같다. 제 앨범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 것 같아서 많이 놀랐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아마 앨범으로서는 이것이 마지막일 것 같다. 그래도 저는 계속 하고 싶다. 정 안되겠다 싶으면 그때 그만 두겠다. 그때까지 잘 부탁드린다"라며 인사를 건넸다.

alice0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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