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대선공약] 기초연금 40만원 재정 부담 커져…지속 가능성 '숙제'

2025-05-26

김문수 후보, 기초연금 30만원→40만원 인상 공약

2028년 의무지출 증가율 57.3%…재정건전성 경고

"소득하위 70% 기준 낮추고, 극빈층 연금 올려야"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기초연금 인상은 선거철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다. 노인복지 확대라는 명분 아래 정권 교체기마다 '10만원'씩 인상되지만, 그에 따른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번번이 외면받는다. 늘어나는 의무지출과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속에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경고음이 날로 커지고 있다.

◆ 선거철마다 나오는 '기초연금 인상'…올해 수령액 34만원

27일 정부에 따르면 올해 기초연금 수령액은 전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2.3%를 반영한 단독가구 월 최대 34만2510원, 부부가구 월 최대 54만8000원이다. 기초연금에 물가상승률을 적용하면 오는 2028년 기초연금 수령액은 월 40만원까지 자연스레 인상된다.

그런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19일 대한노인회 간담회에서 기초연금을 월 30만에서 40만원으로 10만원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대신 기초연금 인상 대상 소득 기준은 소득 하위 70%에서 50%까지 단계적으로 높이고, 근로소득이 있는 노인의 국민연금이 감액되는 제도는 폐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같은 기초연금 인상 공약은 새롭지 않다. 기초연금 인상은 선거철마다 되풀이된 정치권의 단골 메뉴다. 실제 기초연금의 전신인 기초노령연금은 지난 2007년 월 10만원 수준에서 시작됐다.

이후 2012년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는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 지급'을 약속했고, 이 공약은 2014년 현실화됐다. 다만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전 노인이 아닌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모든 어르신께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대국민 사과까지 해야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2017년 '기초연금 30만원 인상'을 공약,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실현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2022년 대선에서 '기초연금 40만원' 공약을 내걸었다. 다만 윤석열 정부에서 기초연금 40만원 공약은 재원문제 등의 이유로 시행되지 못했다.

이같은 흐름을 살피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초연금이 10만원씩 오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고령층 표심을 겨냥해 기초연금 인상을 반복적으로 공약하는 흐름이 굳어진 셈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초연금은 인상에 따른 재원은 어떻게 충당할지, 향후 물가상승에 따라 지속적으로 인상될 텐데 거기에 대한 대책은 있는지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 과제"라며 "이런 고민 없이 무조건 기초연금을 인상하겠다는 건 포퓰리점"이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제도는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일률 지급되는 구조로, 고령인구가 늘어나면 수급자도 자동 증가한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기초연금 수급자는 지난 2014년 435만명에서 2023년 665만명으로, 예산은 6조8000억원에서 22조6000억원으로 3배 뛰었다.

특히 기초연금은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나도 있는 의무지출 항목이다. 게다가 수급자 중 상당수는 빈곤층이 아닌 상대적으로 소득이 있는 노인까지 포함돼 제도의 실효성도 논란이 일고 있다.

◆ 의무지출 눈덩이, 빨간불 켜진 재정…기초연금 구조조정 불가피

의무지출은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 정부 재정에서 반드시 집행해야 하는 비용이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건강보험, 지방교부세 등이 포함된다. 그런데, 의무지출은 고령화와 맞물려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본예산은 673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총지출이 16조7000억원 늘었지만, 의무지출은 17조6000억원 증가하면서 총지출 증가 폭을 넘어섰다. 의무지출 증가율이 재정 전체를 웃돌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전체 예산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52.9%에서 올해 54.2%로 늘었고, 2028년에는 57.3%에 달할 전망이다.

이런 추세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초고령사회(65세 이상이 전체 인구 비중의 20%를 차지하는 사회)에 진입했다. 연금, 의료비 등 복지지출 대부분이 의무지출로 분류되기 때문에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국가재정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기초연금은 건드리지 어려운 '성역'으로 자리하고 있어 재량지출의 여력을 갉아먹고 있다. 기초연금적정성평가위원회에 따르면 기초연금 수급자 수는 오는 2030년 913만9000명에서 2040년 1207만1000명으로 증가한다. 이후 2070년 1223만1000명으로 불어난다.

이에 따라 기초연금 재정소요는 2030년 39조6621억원에서 2040년 76조9055억원으로 늘어난다. 이어 2050년 125조4195억원, 2060년 179조3598억원, 2070년 238조29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기초연금만으로 엄청난 재정압박이 생기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초연금을 포함한 의무지출 구조 전반에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급기준을 소득 하위 50% 또는 40%로 줄이거나, 국민연금 수령액과 연계해 조정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기초연금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국민연금 가입 유인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연금제도 전반의 기조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기초연금의 소득기준을 낮추되, 정말 빈곤한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더 많이 얹어주는 방안이 있다"며 "정확한 빈곤선을 정하고, 그 기준 아래에 있는 노인에게 연금을 수령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초연금의 소득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며 "국민연금과의 연계가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plu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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