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외면한 채…이 “세액공제 확대” 김 “소득세 줄인다”

2025-05-27

대선공약 검증

대선후보들이 앞다퉈 감세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17년째 관리재정수지가 적자인데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감세로 줄어든 재원을 어떻게 메울지 고민하는 모습을 찾기 힘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세액공제를 확대해 저소득층의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와 공제율을 자녀 수에 맞춰 올리고, 월세 세액공제 대상자와 주택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통신비를 세액공제 항목에 넣겠다고 한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적극적인 감세 공약을 내놓았다. 소득세 기본공제액을 300만원까지 높이고, 소득세 과세표준을 물가 상승에 따라 조정하는 물가연동제를 도입한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4%에서 21%로,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30%로 낮추겠다는 내용도 있다. 기존 세율에 20%를 얹는 최대주주 할증제도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법인세의 30%를 지방세로 전환하고, 지자체에 법인세율 결정권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기업 유치를 위한 지자체들의 법인세 인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 336조5000억원 중 소득세가 117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부가가치세(82조2000억원)와 법인세(62조5000억원)를 합치면 국세의 78%에 달한다. 소득세 비중이 2014년보다 9%포인트 높아졌다. 이런 상황만 보면 감세 주장이 나올 만하다.

그러나 어느 후보도 중장기적인 세수 확보와 재정 운용 방안을 언급하지 않는다. 김문수 후보의 소득세 기본공제액 상향에 연 9조4700억원, 소득세 물가연동제에 연 16조5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든다(국회예산정책처 추산). 지난해 소득세 수입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김 후보는 “세제 개편 및 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 성장으로 세수가 늘어나면 감세분을 메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후보는 정부 재정지출 구조 조정을 내세운다. 하지만 지난 21일 인천 유세에서 “국가부채가 (GDP의) 50%가 안 되는데, 다른 나라는 110%가 넘는다”며 나랏빚을 늘려 해결하려는 뜻을 내비쳤다.

민간 정책 연구기관인 정책평가연구원(PERI)은 이번 대선 주요 후보의 공약이 현실화하면 2055년 나랏빚이 국내총생산(GDP)의 202.5% 수준까지 급증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그 빚은 후세대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게다가 지금은 국민 전체가 조금씩 세금을 내는 것(국민개세주의)이 아니라 일부가 대부분의 세금을 부담한다. 2023년 기준 종합소득 상위 10%가 종합소득세의 85%, 근로소득 상위 10%가 근로소득세의 72%를 냈다. 직장인 중 33%는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후보들의 공약대로 세액공제를 늘리면 국민개세주의가 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소득세를 깎으면 세수 간 비중의 불균형이 심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 ‘택스파운데이션’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정부 수입 중 개인 소득세 비중이 19.8%로 OECD 평균(23.7%)보다 낮았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17%인 조세부담률을 22% 이상으로 높여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고, 김동연 경기지사는 “70조원 규모의 비과세 감면을 손봐야 한다”고 했다. 현재 주요 후보 중에는 이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다. 익명을 요청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복지 비용은 빠르게 늘어나지만 이를 충당하기 위한 재원 마련에 어느 정부도 나서지 않았다”며 “누가 당선돼도 계속 그럴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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