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기법에 정의도 없는 통상임금…대·중기 격차만 커진다

2024-12-19

통상임금은 모호성 탓에 늘 노사 불안을 키우는 뇌관으로 작용해왔다. 19일 대법원 판단 이후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심화가 우려된다.

이날 국회·정부·노동계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제도와 법원 판단의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노사의 갈등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여러 수당을 둔 복잡한 임금 체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경우 2015년 수당이 100여 개에 달했다. 통상임금 산입 범위가 늘 노사 쟁점인 배경이다.

하지만 근로 조건을 정하는 근로기준법이 아니라 시행령에 뒤늦게 정의가 규정될 정도로 통상임금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국회는 휴일·휴가처럼 산입 범위를 법에 명확하게 담지 못했다. 예를 들어 가족수당은 부양가족 수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면 통상임금이 아니다. 반면 부양가족 수와 관계없이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면 통상임금인 식이다. 그동안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정한 정기성·일률성·고정성 요건을 일일이 적용해 판단하면서 통상임금을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통상임금 소송 금액이 워낙 크다 보니 주요 대기업의 관련 소송 기간은 10년이 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임금 체계를 단순화하거나 법에 정확히 명시하는 방향으로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5년 노사정 대타협에 담겼던 통상임금 명확화도 대타협 파기로 무산됐다. 통상임금 정의와 범위를 정하려는 국회의 여러 입법 시도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날 대법원의 판단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임금 확대 수혜는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대기업에 더 돌아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반면 통상임금이 정하는 가산수당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과 무관하다. 상당수 중소기업은 지급 능력을 고려해 재직자 요건을 상여금에 넣는 방식으로 통상임금을 낮췄다. 이날 대법 판단으로 이런 방식의 ‘회피’도 불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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