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에 기업을 옥죄는 법안들이 줄줄이 대기 중인 가운데 사법부까지 경영에 큰 부담을 주는 판결을 내려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일 현대자동차와 한화생명보험 전현직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근무일수 등의 조건이 붙은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일한 대가로 조건 없이 지급되는 ‘고정성’이 있어야 통상임금이라는 2013년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 판결로 기업의 인건비 부담만 매년 6조 7888억 원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잖아도 거대 야당이 국회에서 기업을 몰아세우는 상법 개정안 등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9일 이재명 대표가 사회자로 참석한 상법 개정안 관련 정책토론회를 여는 등 법안 처리를 위한 여론전에 돌입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은 소송 남발, 투자 위축, 경영권 공격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기업들은 “상법이 개정되면 기업 경영을 법원에 맡기게 될 판”이라고 토로했다.
거대 야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도 재표결에서 통과시키기로 했다. ‘기업은 국회가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증인은 해외 출장 중에도 화상으로 출석해야 한다’는 이 법안은 산업 기술 유출과 국민의 신체 자유 제한 등의 우려를 낳고 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노란봉투법’ 재상정도 검토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으로 인한 노조와 조합원의 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노조법 개정안이다.
내수 부진, 수출 둔화에 고환율까지 겹친데다 계엄·탄핵 정국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으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까지 가중되면서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더 악화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기업의 모래주머니를 제거하고 기업의 활력을 북돋워야 한다. 이를 위해 거대 야당이 상법 개정안, 노란봉투법 등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법안 강행부터 멈춰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이 20일 동참 의사를 표명해 ‘여야정 협의체’가 곧 가동되는 만큼 여야는 반도체지원특별법과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 등 경제 살리기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