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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달 남짓 대한민국을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대통령이 뜬금없이 계엄령을 선포하더니, 군인이 국회의사당의 창문을 깨고 들어가는 일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그로 인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심지어 현직 대통령이 구속되는,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통령 구속에 항의하던 시민들은 폭도로 변해 법원의 기물을 때려 부수고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아다녔다. 현재는 폭력적 사태가 다소 잦아들었지만 언제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 모든 사태는 유튜브와 관련이 깊다. 대통령이 비판적인 언론 대신 극단적 주장을 펼치는 유튜브를 즐겨 본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계엄령 발동은 그 사실을 확인시켜 준 셈이 됐다. 대통령의 오판을 일으킬 정도로 유튜브 상의 극단적 주장이 확산된 것이다.
반대로 계엄사태를 막아내는 데에도 유튜브의 힘이 작용했다. 야당 대표는 계엄령이 발동하자 유튜브 라이브를 켜고 지지자를 비롯한 시민들에게 국회 앞으로 모여 달라고 호소했다. 많은 시민들이 유튜브 라이브를 켜고 국회 앞에 모였다. 그렇게 모인 시민들은 군경을 몸으로 막고 국회가 계엄 해제안을 빠르게 통과시킬 수 있도록 지켰다. 시작과 과정, 끝이 유튜브로 생중계된 역사상 최초의 계엄 사태일 것이다.
법원 폭동 사태에도 유튜브는 적지 않은 관련이 있다. 대통령 구속 후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튜버들이 분노한 시민들을 자극했다. 더 자극적인 표현을 하고, 극단적 주장을 할수록 동시접속자와 조회수는 올라갔으며, 슈퍼챗이 터졌다. 극단적 표현이 점점 가속화되더니 결국 일부 이성을 잃은 시민들은 폭도로 변해버렸다.
유튜브는 몇몇 방송국과 대형 언론이 독점하던 여론 시장을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누구나 인터넷에 연결된 휴대폰만 있으면 방송국과 기자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이같은 여론시장의 개방성이 세상을 좀더 민주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제 유튜브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유튜브가 열어놓은 여론 시장의 개방성은 자극적이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 문제를 야기했다. 수많은 유튜브 채널 속에서 존재감을 얻으려면 남들보다 조금 더 자극적이어야 했다. 정치 이슈에서는 특정 정치세력을 확실히 편들거나 확실히 비토하는 것이 유리했다. 유튜브가 활성화될수록 시민들은 극단적으로 나뉘어 갔다. 가짜뉴스는 검증 없이 확산됐고, 음모론은 더 인기를 끌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를 부추긴다. 유튜브는 이용자가 좋아할만한 콘텐츠를 참 잘 추천한다. 그러다보니 싫어할만한 콘텐츠는 노출되지 않는다. 최근 시사인(IN)의 한 기사를 보면 특정 성향의 유튜브를 즐겨보는 이들에게는 반대되는 유튜브 콘텐츠는 물론이고, 일반 언론의 콘텐츠도 거의 노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부러 검색해서 찾아보지 않는다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의 의견을 듣기가 쉽지 않다.
법원 폭동 사태 등에 대한 책임론에 대해 유튜브 측에 질문을 해봤더니 아래와 같은 답이 왔다.
“유튜브는 플랫폼에서 허용되지 않는 콘텐츠 유형을 명시한 커뮤니티 가이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정책을 위반하는 콘텐츠를 발견하면 동영상, 라이브 스트림, 쇼츠 등 형식에 관계없이 삭제합니다. 유튜브는 이번 사건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으며, 정책에 따라 콘텐츠를 삭제하고 연령 제한을 적용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또한, 시스템에서 공신력 있는 출처의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노출하고 있습니다.”
자체적으로 정해진 정책에 따라 문제 있는 콘텐츠를 제한하고 있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 정책에 따라 운영된 결과가, 초반에 언급된 모든 일이다. 물론 “모두 다 유튜브 때문”이라고 책임을 물을 수는 없겠지만 유튜브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확증편향을 증폭시키는 알고리즘을 조정하든, 슈퍼챗과 같은 보상 시스템을 개편하든, 허용 표현 정책을 재검토하든 유튜브 차원에서의 고민이 필요하다.
지난 2021년 미국에서 폭도들이 의사당을 점거하고 기물을 파손하는 사태가 있었다. 한국에서도 폭도들이 법원에서 난동을 피우는 일이 벌어졌다.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이 현재 그대로의 모습으로 유지된다면 어쩌면 이런 극단적 파괴행위는 세계적으로 계속 확산되고 증폭될지 모른다. 유튜브 본사 차원에서 한국에서 벌어진 사태가 던지는 메시지를 다시 살펴보길 기대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