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의 행복

당신은 뜨거운 사랑을 할 수 있는가? 그것도 90세에.
100세 선생님은 90세에 17세 연하의 미인대회 출신 아내와 재혼했다. 보통은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할 나이에 이들은 살림을 합쳤다. 두 사람은 10년째 변함없이 손을 꼭 붙잡고 다닌다.
주인공은 ‘사랑꾼’ 신홍균(100) 선생님이다. 100세까지 산 인생 남 눈치 볼 것도, 망설일 것도 없어 보였다. 인터뷰 내내 아내와 애틋하게 눈을 마주했다. 백년해로(百年偕老)를 꿈꾸기에 늦지 않은 나이다.
문득 궁금했다. 당시 70대였던 아내는 왜 90세 할아버지를 선택했을까. “더 건강하고 젊은 애인을 만날 수도 있었을 텐데요?” 조용히 물었다. 아내 유재옥(83)씨는 수줍은 듯 귓속말로 답했다.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당황스러움 반, 놀라움 반 술렁이는 취재진을 향해 그는 남편이 얼마나 건강한 남자인지 자랑을 이어갔다. 취재진은 얻어맞은 듯했다. ‘뜨겁게 사랑할 수 있는 것 만큼 건강의 상징이 있을까’.
신홍균은 아내를 바라보며 “이 사람을 만나 삶의 의욕이 생겼다. 50년은 더 살고 싶다”고 말했다. 스무 살 가까이 차이 나는 연하 아내에게 ‘남자답다’고 인정받으며 사는 자신감이기도 했다.
그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70대에 교통사고로 죽음의 문턱에 섰다. 그때 첫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삶의 의욕을 잃은 그는 90대에 반전을 썼다. 남들 부러워하는 재혼을 했고, 전국 생활체육 대회에서 최고령 선수상을 탔다. 그를 일으킨 건 운동이었다.

사랑과 평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해요. 어때, 백 살인데 칠판 글씨도 아직 잘 쓰지?
〈100세의 행복〉 9화는 모두가 부러워 하는 신홍균의 사랑법을 담았다. 사랑도 건강해야 가능하고, 사랑하면 건강해진다. 사고 탓에 100조각으로 부서진 척추 회복을 도와준 운동의 정체가 무엇인지부터 생활 습관, 철학까지 낱낱이 파헤쳤다.
목차
📌다 늙어서 주책? 100세의 사랑은 능력이다
📌“허리뼈 산산조각, 외로워 죽으려 했다” 그를 살린 말
📌무너진 삶 바로 세운 그 운동…‘최고령 선수상’도
📌제자가 “친구야, 잘 지냈니”…사제지간 75년
※〈100세의 행복〉지난 이야기 복습하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① 티라미수 한 조각, 점심이었다… 97세 서울대 前총장 ‘초절식’
② 95세에 가요무대 오디션 본다… ‘얼죽아’ 할머니의 마법가루
③ 매일 새벽 목욕탕 간다…‘수퍼 무릎’ 100세 참전용사 루틴
아내에게만 사랑받는 게 아니었다. 47년간 초등 교사로 일한 신홍균은 아직도 제자들이 찾는다. 20대 교사 시절 담임으로 가르친 6학년 학생들은 90세가 다 돼간다.
함께 있으면 누가 선생님인지 제자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 제자들이 여전히 100세 스승의 품을 찾는 특별한 이유도 들었다.

다 늙어서 주책? 100세의 사랑은 능력이다

처음 두 사람의 만남은 조심스러웠다. 이미 90세와 70세가 넘은 나이에 새로운 사람과 ‘사귀기로’ 결심한다는 건 용기가 필요했다. ‘도대체 어떻게 만나셨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먼저 입을 뗀 건 신홍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