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얼굴·손 형상을 하고 인간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보면서 소름이 끼쳤죠. 머지않아 지구촌 농촌 곳곳에서 이 기술들을 마주한다고 생각하니 충격 반 기대 반으로 심장이 두근거리더라고요.”
7∼10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5’ 현장을 둘러본 서민태 농촌진흥청 안전재해예방공학과 농업연구사의 목소리엔 흥분이 묻어 있었다. 전세계 최첨단 기술의 향연에서 농업의 미래 모습을 엿봤다는 그를 9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역대 최다 기업이 참가해선지 각 전시구역을 이동할 때마다 셔틀버스를 타야 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전시장 전역은 최신 기술을 접하고자 찾은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현장에 선보인 거의 모든 기술에 인공지능(AI)이 접목돼 있었다. AI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음을 실감했다. 관람객이 AI 기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대다수 기업이 모니터 등 장비를 구비해놓은 것도 특징이었다.
- 2년 전엔 미국 농기계 업체 존디어에서 기조연설 해 화제가 됐다.
▶올해 농기계업체로는 한·미·일 대표 기업인 존디어·구보다·대동 정도가 눈에 띄었다. 농기계 특성상 매년 새로운 기술을 들고 나오기가 어렵다. 존디어는 궤도형 자율주행 트랙터인 ‘9RX’를 주력으로 소개했다.
구보다는 농업·건설 분야용 4륜 로봇으로 행사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대동은 AI 식물 재배기와 트랙터를 전시해 관람객의 관심을 끌었다.
- 한국 농기업에 대한 반응은.
▶우리 정부가 개설한 통합한국관 안엔 국내 농기업 부스도 다수 설치됐다. 부스마다 외국인 관람객이 북적였다.
한 외국인 투자자는 스마트팜 기업 ‘성호에이텍’의 사람 손 모양을 띤 로봇 수확기를 보고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교환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로봇 수확기엔 집게형 그리퍼(물건 잡는 부분)가 장착돼 있다. 모양상 작물 손상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업체의 수확기엔 사람 손가락 관절을 그대로 구현한 로봇 손이 달려 있어 수확 작업을 섬세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먹힌 것 같다.
- 농촌사회에 접목할 만한 기술도 있었나.
▶세계 로봇업계는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쪽으로 달려가고 있다고 현장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착용(웨어러블) 로봇보다 상용화가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람회에서 관람객 시선에 반응하고 표정을 따라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마주했을 때의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 미국 로봇 회사인 ‘리얼보틱스’가 선보인 것인데, 인간과 눈을 맞추고 표정을 자유자재로 바꾸며 대화하는 모습에 감탄했다. 돌봄 로봇으로 개발·보급된다면 고령화가 심한 농촌사회에서 어르신의 말벗이 돼주고 간단한 업무 처리를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들었다.
- 기술 혁신과 실제 농민 삶 간 간극을 어떻게 보나.
▶행사장에선 국내 로봇 회사인 ‘위드포스’가 내놓은 경량형 웨어러블 로봇(M10)이 주목을 끌었다. 사람이 입고 벗기 쉬웠고 가벼웠기 때문이다. 아무리 혁신적이더라도 쓰기 편해야 좋은 기술임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농부증’이란 직업병이 존재할 만큼 농민의 근골격계 질환이 심각하다. 편리성을 갖춘 농작업 보조 로봇들이 다수 개발·상용화돼 농산물 생산·유통 현장에 널리 쓰이길 바란다.
조영창 기자 changsea@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