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야성의 지혜' 명태균에 동질감 느꼈을 것" [월간중앙]

2024-11-28

월간중앙이 주목한 22대 국회 뉴리더⑦

‘명태균 게이트’ 포문 연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尹의 김 여사 특검 거부권 행사 뒤 국회 재의결 시점에 여당서 조직적 이탈표 나올 것”

“김 여사 의혹 가릴 특검 수용만이 재발 방지와 법적 책임 아우를 수 있는 진정한 사과”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 활약을 묻는 한국갤럽 설문조사에서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톱 5에 들었다(민주당 정청래 9%, 국민의힘 주진우 1.6%, 조국혁신당 박은정 1.4%, 민주당 최민희 1.1%, 강유정 1.0%).

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핵심 인물인 강혜경 씨로부터 창원 국가산업단지 선정과 관련해 유의미한 증언을 끌어냈다. 또한 대한축구협회 사태를 해결할 스모킹건이 될 만한 것들도 여럿 밝혀냈다.

강 의원을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사각지대를 국회의원의 눈으로 보고 개선하려 노력”

국정감사에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다.

“소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선 방향까지 제시해주고자 세세하고 섬세하게 현안을 살펴봤다.”

어떤 현안들이 기억에 남나?

“국립중앙박물관의 장애인 안내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 청와대의 관리 시설이 미비하다는 것 등 작지만,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들이다. 실제 기관장으로부터 ‘그런 문제를 지적해줘서 빠른 대응이 가능했다’며 보완을 약속받기도 했다. 국정감사에서 흠집잡기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사각지대를 국회의원의 눈으로 보고 개선해 나간다면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다.”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난 강 의원은 고려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5년에는 영화와 문학평론으로 신춘문예 3관왕(조선일보, 경향신문, 동아일보)을 차지하는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학·영화평론가로 활약해왔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문화·예술계 후보로 비례 9번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 5월부터는 당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다.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를 둘러싼 일련의 의혹들로 나라가 혼란스럽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진단하나?

“(명씨의 존재가 알려지기 전) 국민은 공무직이 아닌 김건희 여사가 윤 정부 국정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 하지만 지금은 공무와는 완전히 무관한 민간인 명씨가 사적인 인연으로 어쩌면 공당의 공천, 더 심각하게는 국가산단 지정에도입김을 미쳤고, 이 입김이 실질적 행정력의 변화를 수반한 건 아닌지 의심되고 있다. 이건 단순히 윤 정권의 국정 운영이 미흡하다 정도로 질타하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김 여사가 있기 때문에 김 여사 특검으로 이야기가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강 의원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의 투기과열지구 해제 과정과 관련해 증인으로 나온 강혜경 씨로부터 “명씨는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제주지사 때부터 자주 연락하고 소통하는 사이로 알고 있다”는 대답을 끌어냈다. 원 전 장관은 강씨의 주장에 대해 ‘허위사실’이라며 명예훼손 혐의로 그를 고소했다.

국감 당시 어떤 점에 주목했나?

“아주 상식적인 질문이었다. 김 여사와 명씨 사이에 일종의 허락되지 않은 거래가 이뤄지려면 공적 기관인 국토부의 결정이 필요하다. 나는 국토부 장관이 결정을 내리기 전에 김 여사 내지는 명씨와 연결이 돼 있을 것이라는 상식적인 질문을 던진 것이다.”

원 전 장관은 허위사실이라며 강경한 입장이다.

“이것 또한 상식선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국회에서 위증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강씨는 분명히 확신과 확실한 기억을 갖고 대답했다. 만약 강씨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증언했다면 명예훼손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겠지만, 국감에서 한 증언을 두고 명예훼손 운운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 김영선 전 의원도 강씨가 횡령 등을 저질렀다고 인터뷰했는데, 상식적으로 이 세 분 중 가장 힘이 약한 쪽은 강씨다. 강씨는 이러한 증언이 공적인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용기를 내 국감에서 증언한 것으로, 고소가 증언자를 위축게 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尹 정권에 공식적 라인이 존재하기는 했었을까?”

왜 번듯한 경력을 가진 제도권 인사들이 명씨를 찾았을까?

“언급되고 있는 많은 분들이 고학력자에 인생의 대부분을 제도권 내에 있었다. 녹취와 증언을 위주로 개연성 있는 판단력을 발휘해 보자면, 아마도 명씨는 제도권 내 교육을 받아온 사람들이 갖지 못한 어떤 야성의 지혜 같은 것들을 (그들에게) 툭툭 던져줬던 것이 아닌가 싶다. 명씨는 제도권 인사들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발한 대답을 줬던 존재가 아니었을까.”

명씨와 김 여사의 관계는 어떻게 봐야 할까?

“엘리트 코스를 밟아오지 않은 김 여사는 명씨에게 동질감을 많이 느꼈을 것이고, 그로 인해 김 여사가 국정을 지휘한다고 스스로 생각하셨던 것이 아닐까 싶다. 김 여사가 ‘오빠, 대통령으로서 자격 있는 거야’라고 했다는 녹취록을 보면, 이태원 참사나 반지하 폭우 참사 등과 관련해 대통령의 자격을 묻는 것이 아니라 민간인에게 추천받은 사람을 공천하지 않았다고 대통령의 자격을 묻고 있다. 중요한 것은, 김 여사와 명씨 모두 공식적인 의사결정 구조에 속하지 않은 민간인이라는 점이다. 어쩌면 윤 정권에공식적 라인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했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민주당은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을 출범시켰지만, 강제수사권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결국은 특검으로 김 여사와 관련한 여러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힐 수밖에 없다. ‘나는 내 가족을 보호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자세가 지지율 17%라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실은 몰라도 국민의힘은 17~19%로 나오는 국정 지지율을 절대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사용하는 소위 ‘거부권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나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뒤에 치러지는 국회 재의결 시점에 궤멸하는 윤석열 정권에 보수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조직적 이탈표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로 여당 내 위기감이 크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방탄을 위한 탄핵몰이라고 주장한다.

“이재명 대표 방탄이라는 얘기는 윤 정권이 출범하고부터 계속되는 말이다. 지금 윤 정권이 무능하고 무력하고 더 나아가 부도덕하다는 것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오죽하면 대통령 하야에 대한 설문조사가 진행되겠나. 지금 얘기가 나오는 하야, 탄핵, 임기 단축의 공통점은 윤 정권이 국정 동력을 회복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 방탄 논리는 이 위기와 불안함 앞에서 사그라지는 작은 불씨 같은 것이다.”

윤 대통령이 전격적인 쇄신에 나설 가능성은 없을까?

“지금은 뼈를 깎는 정도의 깊은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특검 수용까지 가야 국민이 납득할 것이다. 특검 수용이 결국은 재발 방지와 사과, 법적 책임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가장 전위적(前衛的)이고 진정한 사과라고 본다.”

“축구협회 운영 전근대적… 변화 끝까지 지켜볼 것”

축구 대표팀 감독 불공정 선임 등 각종 논란을 일으킨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국정감사 질의는 강 의원을 대중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강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출신 인사들이 지난 10여 년간 축구협회의 요직을 차지해왔다는 지적과 함께 문체부 감사가 축구협회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배하지 않는다는 국제축구연맹(FIFA) 공문을 받아내 화제가 됐다.

FIFA 공문을 공개한 이유는?

“직접 FIFA에 메일을 보내 ‘문체부 감사 등이 축구협회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배하는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취지의 답을 받았다. FIFA를 통해 문체부가 흔들림 없이 감사를 이어가게 해주는 것이 국회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이 자리를 빌려 축구협회의 변화를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말을꼭 전하고 싶다.”

많은 국민이 축구협회의 밀실 행정에 놀라움과 분노를 표했다.

“축구협회를 들여다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이, 자신들의 결정이 공정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매우 미진하거나 부재하다는 것이다. 축구협회는 ‘우리가 결정하면 그게 끝’이라는 방식의 결정체로 굉장히 전근대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 점이 축구협회 사태의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첫해에 첫 국감에서 성적이 좋다. 어떤 국회의원으로 기억되고 싶나?

“나에게 의정활동이란 배운다는 자세로 원칙부터 하나씩 들여다보는 것이다. 특별한 자료나 제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금 우리 사회의 원칙, 규칙들이 얼마나 잘 지켜지는지 들여다봤더니 훌륭한 해법이 나오더라. 일 잘하는 국회의원이라는 칭찬을 듣고 싶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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