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에 가스통 7개 숨겼다…“尹정부 출범 전 폭파범 잡아라” [인천 간석동 폭파 농성②]

2025-07-16

강력계 25시

2022년 4월 19일, 농성 사건 2일 차.

이철건(가명)이 고시텔에 50㎏ 가스통 7개를 확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황(戰況)은 크게 바뀌었다. 부동산 명의 사기를 주장하며 보상금을 요구하던 농성극이 폭파 기도 사건으로 격상된 것이다. 특공대장이 레펠 침투를 제안했으나 인천시경 과학수사팀 직원은 간단히 일축했다. 그는 우선 남동소방서 측의 진단 결과를 제시했다. 가스통이 일제히 폭발하면 고시텔 건물의 붕괴는 물론, 반경 30m까지 후폭풍이 날아들어 지역 일대에 대형 화재가 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동력절단기 사용은 당연히 안 되고, 테이저건과 권총 착용도 위험합니다. 2009년 용산 철거민 진압 때 발생한 대형 화재를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특공대가 문을 부수려고 절단기를 쓰는 과정에서 정전기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됐어요. 그게 화재의 계기였을지도 모른다, 단순한 의혹에 불과했지만 어쨌든 국가배상 판결이 떨어졌죠. 이번에도 터지면 경찰이 모두 뒤집어씁니다.”

지휘실의 공기는 무거웠다. 인천시경 역사상 최악의 폭파 사건 책임자로 기록될 수 있다는 중압이 깔렸다. 수사 실패로 예측되는 피해자도 처음엔 범죄자 둘뿐이었으나 지금은 수십 명, 아니 얼마나 죽을지 가늠조차 안 된다. 더군다나 터지면 경찰 탓이라는데 윗선은 조속한 결론을 원하고 있다.

20대 대선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인천시경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전까지 사건을 마무리하라. 새 정부에 어떤 식으로든 부담을 줬다간 예산과 인사의 불이익으로 돌아온다.’ 거기다 2009년 당시 정권에 큰 타격을 준 용산 사례를 들고나오니 김철우 남동경찰서장의 고뇌는 더 깊었다.

데드라인은 5월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일이다. 아니, 5월이 되기 전까지는 끝내야 한다. 그 후에 사건을 종결하더라도 윗선은 실패로 인식할 터다. “위기협상팀이 1선, 강력팀은 물러나. 그 새끼가 어떤 인간인지 알아내. 극한 상황에서도 이성을 유지할 놈인지, 체포될 바에 터뜨리고 다 죽자는 놈인지.”

현장에는 특수 장비가 설치된 위기협상팀 차량이 들어섰다. 여기서 프로파일러와 전문 교수가 대기한 채 협상요원과 농성범 간 대화를 무전 청취한다. 농성범의 내력, 말투에서 느껴지는 심리, 격분하는 대목 등을 진단해 향후 협상에 반영한다. 단순히 육감만으로 농성범을 상대하는 시절은 지났다.

다만 협상 요원은 혼자서 현장에 향한다. 우르르 몰려가는 행위는 농성범에게 대단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죽는 것보다 산 채로 체포당하는 게 훨씬 낫다는 것은 일반 상식이다. 하지만 범죄자의 길에 접어든 인간 중에는 최소한의 합리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자들이 많다. 그래서 협상은 확률 싸움이라고도 한다. 찰나의 오판이 최악의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임상도 형사는 콘크리트 벽을 더듬으며 계단을 올라갔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졌지만 철거 직전의 건물이라 계단 홈이 파이거나 폐자재가 널려 발을 헛디딜 수 있었다. 가스 특유의 시큼한 냄새가 난다 싶을 때 전날 봤던 6층 입구의 바리케이드가 나타났다. 그때 이철건이 귀신같이 나타나선 소화기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는 분사할 자세를 취했다. 그러고는 “뭔데 여길 또 올라와?”라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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