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회·환생을 믿는 독특한 이슬람교도인 드루즈족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군사충돌이 수습 국면에 들어갔다. 드루즈족 보호를 이유로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어지자, 시리아 정부가 시리아 남부 스웨이다에서 철군하기로 발표하면서다.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TV 연설을 통해 “스웨이다 지역 치안 책임을 종교 지도자와 지역 세력에게 넘길 것”이라며 “드루즈족을 학대하고 위법 행위를 저지른 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시리아 정부는 전날 스웨이다에서 철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드루즈족은 이슬람을 근간으로 하지만 윤회와 환생을 믿는 민족 종교집단이다. 중동 전역에 약 200만명이 분포해 있으며 그중 약 70만 명이 시리아에, 이스라엘에 14만명이 분포하고 있다. 윤회 환생 교리 때문에 드루즈족 사이에서만 결혼을 해서 그 실체가 외부에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현세 정부에 대한 복종을 강조하고, 전형적인 이슬람의 특성에서 벗어난 종교 체계 때문에 이스라엘 내에서 드루즈족은 상당한 우대를 받고있다. 이런 이유로 팔레스타인과 아랍권 일부에서는 ‘배신자’ 혹은 ‘이스라엘의 대리인’으로 비난받는 경우도 있다. 일부 드루즈족은 그간 우호적인 관계였던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이 지난해 말 붕괴되자, 이스라엘 망명을 택하거나 이스라엘과의 국경 합병을 지지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거주 드루즈족 보호를 이유로 개입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시리아 드루즈족의 밀집 거주 지역인 스웨이다에서는 지난 수십년간 드루즈족과 수니파 계열의 베두인족 간의 종교·토지 갈등이 지속했다. 최근에도 양측이 유혈 충돌을 벌여 약350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시리아 정부군이 사태 진정을 위해 투입됐으나 오히려 정부군이 베두인족과 함께 드루즈족을 공격하면서 사태가 격화했다. 드루즈족 사망자 중 27명은 시리아 정부군이 즉결 처형한 것이라고 한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4일부터 시리아군의 탱크, 로켓 발사대, 병력 거점 등을 폭격한 데 이어 16일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국방부 본부와 대통령궁 인근도 타격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시리아군이 스웨이다에서 병력을 철수하지 않고, 드루즈족을 계속 억압한다면 공격을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리아 내부의 두 부족간 유혈 충돌이 이스라엘과 시리아 정부간 대결로 비화할 움직임을 보이자 국제사회가 나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추가 확전을 막기 위한 국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고,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역시 “당사국과 상황을 끝내기 위한 조처를 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후 확전을 경계한 시리아 신생 정부가 철군을 하고 “드루즈족 학대에 가담한 자를 처벌하겠다”고 달래면서 사태는 다소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다만 드루즈족 보호를 명분으로 내건 이스라엘의 행동이 단순히 인권적 이유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드루즈족이 거주하는 시리아 내 친이스라엘 성향 강화가 이스라엘의 영토 확장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최근 유대교 초정통파의 이탈로 연립정권이 붕괴 위험에 노출되자 무력분쟁을 일으켜 시선을 외부로 돌리려고 한다는 의심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