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유심(USIM) 해킹 사고로 3개월간 72만 명의 가입자를 잃는 대규모 순감세를 겪었지만 최근 그 흐름이 멈췄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위약금 면제 기간 종료를 앞두고 순감세가 2만5000명까지 치솟았는데, 8월로 접어들면서 증가세나 보합세로 전환됐다.
연말까지 매월 50GB의 데이터를 지급하고 최대 60% 멤버십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역대급 보상안'에 더해 SK텔레콤이 1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해 '철통 보안'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점이 고객들의 마음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8월1일부터 11일까지 영업일 기준 9일 동안 SK텔레콤의 가입자 수가 증가한 날은 5일로, 감소한 날(4일)보다 많았다. 같은 기간 신규 가입자는 하루 평균 4500명을 넘어서며 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앞서 4월 발생한 해킹 사태로 인해 7월까지 72만 명 넘는 SK텔레콤 고객이 경쟁사로 이탈했지만 8월 들어 반전을 맞은 것이다.
여기에는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 논의와 갤럭시Z 폴드7·플립7 등 신제품 출시, 그리고 공격적인 마케팅이 맞물린 효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는 이 같은 회복 흐름의 결정적 배경으로 신뢰 회복을 위한 고객 보상안과 보안 강화 대책을 꼽는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 요금 50% 할인, 매월 50GB 데이터 제공, 멤버십 최대 60% 할인 등의 혜택을 담은 총 5000억원 규모의 '고객 감사 패키지'를 발표했다. 여기에 향후 5년간 7000억원을 투입해 세계 최고 수준의 사이버 보안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투자·기술·거버넌스' 세 축을 중심으로 한 중장기 대책을 통해 단순한 사고 수습을 넘어 고객과 시민사회가 느끼는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동시에 해킹 사고에도 회사를 믿고 기다려준 고객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온라인 여론 흐름도 변화하고 있다. 뽐뿌, 네이버 카페 등 통신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해킹 사고 당시 SK텔레콤을 비판하던 분위기에서 최근에는 '고객 감사 패키지'나 '복귀 고객 혜택' 활용 팁을 공유하는 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례로, SK텔레콤이 제공하는 매월 50GB 데이터를 활용해 요금제를 낮춰 통신비를 절약하거나 위약금 면제 기간 중 다른 통신사로 이동했던 고객이 다시 SK텔레콤으로 돌아와 멤버십 혜택을 받는 방식이다.
한 네이버 갤럭시 이용자 카페 회원은 "개인정보 유출 여부를 조회해보니 전부 유출됐더라"면서도 "그래도 피해 예방이 될 것이라 믿고 있고, 무엇보다 고객 감사 혜택이 좋아서 번호이동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매월 50GB가 들어오니 요금제를 낮춰서 꽤 절약되고 있다"며 "유심도 교체했으니 계속 SK텔레콤을 사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당사의 사이버 침해 사고에도 불구하고 믿고 기다려준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무분별한 마케팅 경쟁보다 고객이 자부심을 갖고 이용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