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맥스, 현지 브랜드와 적극 협업…생산·영업 나눠 '잘하는 분야' 집중

2024-10-29

“2022년부터 생산한 클렌징폼 제품이 왕훙(인플루언서) 마케팅 덕분에 생산량이 10배나 늘었습니다. 월 30만 개에서 50만 개를 생산했는데 이제는 300만 개를 훌쩍 넘었고 10월 들어서는 솽스이(11월 11일) 효과로 2배나 증가했습니다.”

22일 중국 광저우 코스맥스 타이핑공장에서 만난 김도형 품질본부장은 “고객의 니즈에 맞춰 만족도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코스맥스의 최대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진출 20년을 맞은 코스맥스는 한국 화장품 업체가 고전하고 있는 중국에서 현지 브랜드와의 적극적인 협업(co-work)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 중심에 광둥성 광저우에 자리한 코스맥스의 공장이 있다. 타이핑공장은 2013년부터 코스맥스가 고객사의 제품을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생산·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중국 유명 화장품 브랜드인 이센그룹과 합작한 밍주공장이 추가로 가동에 들어갔다.

최근 몇 년 새 중국 시장에서 K뷰티는 고전하고 있다. 한국 제품에 대한 인기가 사그러들면서 대기업들이 주춤하고 있으며 코스맥스 등 ODM 브랜드 역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코스맥스는 위기를 피하는 대신 정면 돌파를 택했다. 중국 브랜드의 성장성에 주목해 이센그룹과 손잡고 공장 설립에 나선 것이다. 이센그룹은 퍼펙트다이어리·핑크베어 등 색조 브랜드가 강점으로, 2020년 11월에는 중국 화장품 기업 최초로 미국 나스닥에도 상장한 업체다. 코스맥스와 이센그룹은 2020년 각각 지분 51%, 49%를 투자해 자본금 4억 위안(약 773억 원) 규모의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고 공장 건설에 나섰다. 코스맥스는 생산과 품질 연구를 담당하고 이센은 판매와 영업·마케팅·재무를 맡았다. 각자 자신이 강점을 지닌 분야에 집중(concentration)하기로 했다.

기자가 이날 방문한 밍주공장은 올해로 준공 1년여를 맞는다. 최대 생산 캐파 월 3000만 개로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중국 경기가 회복하지 않아 월 400만~500만 개 정도로 생산하고 있다. 박대근 공장장은 “올해 중국 경기가 좋지 않아 생산량 증가가 더디지만 머지않아 다시 전성기를 맞이할 것”이라며 희망을 내비쳤다.

한국 화성공장이나 중국 상하이공장에 비해 자동화 수준이 월등히 높아진 것도 특징이다. 립스틱·립글로스·스킨케어 등의 제품을 첨단 설비로 생산하고 무인운반차(AGV)·무인지게차(AGF) 등의 로봇이 분주하게 원료와 완성품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밍주공장은 코스맥스에 새로운 기회(chance)를 주고 있다. 상하이공장과 광저우 타이핑공장에서 생산하던 이센 물량을 밍주공장으로 넘기고 대신 기존 공장에서는 중국 진출을 모색하는 신규 고객을 발굴할 방침이다. ODM 업체로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원료와 설비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주요 원료와 생산 설비를 한국에서 들여와 원가가 10%가량 비싸지만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전략을 고집하는 것이다. 실제로 타이핑공장에서는 300개 이상 브랜드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신흥 브랜드의 주문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코스맥스는 동남아시아 진출에 나서는 중국 브랜드의 수출을 도우며 상생하는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미니소가 동남아에 진출하고 있는데 현지에서 판매하는 클렌징폼·핸드크림 등의 제품을 코스맥스가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며 “브랜드 차별화 전략 등을 함께 고민하면서 현지 진출을 적극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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