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출신 엔지니어 모시기에 나섰다. 인공지능(AI) 필수 반도체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수요 확대에 대응하고, 메모리 업체들 간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최근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킹 플랫폼 '링크드인'을 통해 대만 타이중 지역의 팹(공장)에서 일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 출신 엔지니어의 경력 채용을 진행 중이다. 대만 공장은 마이크론의 최대 D램 생산기지로 HBM도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채용 방식은 현지 헤드헌터가 링크드인에 게재된 엔지니어들의 이력·프로필을 보고 접촉해 포지션을 제안하는 식이다. HBM과 패키징 관련 직무가 다수로, 일부 엔지니어에겐 임원급 직무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이 제안한 임원급 직무의 연봉은 회사 내부 직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업계에선 최대 2억원대(보너스 등 포함) 조건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마이크론은 지난해 말 타이중에서 일할 국내 반도체 엔지니어의 경력 면접을 경기도 판교 일대 호텔에서 실시했다. 오퍼 조건으로는 연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원천징수 기준 10∼20% 임금 인상, 거주비 및 비자 프로세스 지원 등을 내걸었다.
또 비슷한 시기에 국내 주요대학에서 '당일 채용(사전 지원자 대상)'이라는 파격 조건까지 걸고 채용 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아울러 올해 초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서 일할 한국 엔지니어를 모집했으며, 미국과 싱가포르 공장에서 근무할 직원도 채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마이크론의 공격적인 행보는 현재 증설 중인 글로벌 거점 팹의 인원 충원과 D램에서 우위에 있는 한국 업체들의 엔지니어를 통해 HBM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다.
SK하이닉스에 이어 두 번째로 엔비디아에 HBM3E(5세대)를 공급하고 있는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비교해 부족한 캐파(생산능력) 확대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대만은 물론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에 HBM을 포함한 D램 생산 거점 구축 및 증설에 나선 상태다.
한편 HBM 시장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가진 SK하이닉스는 메모리 3사 중 가장 먼저 HBM4 양산 준비를 마치고 엔비디아와 막바지 물량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와 HBM3E 공급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HBM4 공급을 위한 인증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