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두문’·‘제로백데브’ 박진희 대표
대기업 의사결정 과정 회의감
8년 만에 사표… B2B업체 설립
올 매출 목표 벌써 40% 달성
“추진희 별명답게 뭐든지 도전
창업 돕는 콘텐츠 제작해보고파 ”
정보기술(IT) 대기업에 입사한 지 8년 만에 그만뒀다. 실력을 인정받고 업무에 재미도 느꼈지만 한편의 목마름이 가시지 않았다. ‘능력’이 좋아도 거대 조직 안에서 선택 가능한 활동 반경은 좁게 느껴졌다. 대기업 타이틀보단 내가 주도해 성과를 냈을 때 얻은 성취감이 더 컸다. 이런 이유로 스타트업을 차렸다.
24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만난 박진희(36·사진)씨는 “하나에 꽂히면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박씨는 퇴사한 회사에서 ‘핵심 인재’에 속했다고 한다. 역량을 인정받아 리더십을 함양하는 사내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그룹이 사내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팀장 이하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인재 육성 프로그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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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씨는 “일을 할수록 대기업이 개인 역량에만 집중하진 않는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이어 박씨는 “의사결정 과정에 부수적인 부분이 많이 포함되는 걸 보고 회사 생활에 회의감이 생겼다”고 돌아봤다.
박씨는 회사를 나와 ‘두두문’과 ‘제로백데브(0100Dev)’라는 스타트업을 차렸다. 지난해 11월 두두문을 창업한 뒤 법인을 나눠 두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두두문은 영어 ‘DO’와 문(門)을 활용해 ‘끊임없이 시도하면 성공의 문은 열린다’는 의미다. 스타트업 업체들이 초기에 세무나 회계 컨설팅을 받듯이 매출을 올리는 ‘영업 컨설팅’을 제공하는 기업간거래(B2B) 영업이 주 업무다. 박씨는 “기업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파트너”라며 “페이스 메이커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제로백데브는 차가 정지 상태에서 100㎞ 이르는 시간인 ‘제로백’과 Development(개발) 약자인 ‘Dev’를 엮었다. IT를 업무에 활용하고 싶은 기업들의 수요에 맞는 시스템을 개발해 제공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최근에는 여행과 피트니스, 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분야 스타트업들의 IT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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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력이 강해서 학창시절에 붙은 별명이 ‘추진희’다. 박씨는 “회사에선 ‘코인 대박 나서 나갔다’는 소문도 돈다고 한다”면서도 “절 아는 사람은 ‘넌 나갈 거 같았다’고 말한다”고 했다. 일을 벌이고 해보고 싶은 게 생기면 바로 행동에 옮겼다. 자잘한 장사도 여러 번 시도했다.
입대 전 2009년에는 306보충대 앞에서 입대장병과 가족의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는 장사를 했다. 당시엔 디지털카메라만 있던 시절이었는데 입대장병이 훈련소에 여자친구나 가족사진을 들고 갈 수 있게 폴라로이드를 팔아보기로 했다. 필름 100장을 가져갔지만 겨우 2장 팔렸다. 박씨는 “대박 날 줄 알았는데 나중에 입대해서 깨달았다”며 “입대장병들이 훈련소 앞에서 돈 주고 사진을 찍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박씨는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영업 원칙을 당시에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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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땐 ‘차량용 블랙박스 장치’를 특허로 등록하기도 했다. 뺑소니나 긁힘 등으로 가해 차량을 찾는 사례가 많은 걸 보고 블랙박스가 바코드를 찍듯이 차량 번호판을 모두 찍으면 시시비비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박씨는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무선주파수인식(RFID·전자태그)을 담은 번호판이 향후 일반화된다면 번호판 고유값을 찍는 블랙박스도 상용화될 것 같아 특허를 내고 매년 갱신료도 지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고객사들도 저보고 아이디어 뱅크란 말을 자주 한다”면서 “도전하고 시행착오를 자주 겪어야 문제에 빠르게 적응하고 새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했다.
올해 목표 매출의 40%가량을 이미 달성했다. 직원들끼리는 ‘매년 5배 이상 성장’이라는 큰 목표도 세웠다. 박씨는 “사업을 안정화하는 게 우선이고, 창업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박씨는 “내 ‘일’은 있어도 내 ‘회사’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한테 맞는 일을 찾아가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걸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글=이정한 기자, 사진=최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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