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가?"···티메프·배민·아디다스 사태 책임 몰린 공정위

2024-10-21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2024.10.2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공정은 영어로 Fair다. 타당하다, 공정하다, 공표하다, 이런 뜻인데 말 그대로 시장경제체제에서 공정한 거래질서가 확립되도록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는 곳이 공정위다."(이헌승 국민의힘 의원)

"공정위는 경제검찰, 경제의 1심 재판부로 불리는 위상을 갖고 있다. 지금 공정위의 처리, 공정한가."(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가 이유있는 지적들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티메프(티몬·위메프), 배달의민족, 네이버, 쿠팡, 구글, 애플 같은 온라인 및 플랫폼 기업들은 물론 아디다스와 같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각종 갑질 행태, 불공정거래 행위를 향한 지적이었다. 이날 지적된 기업들의 시장 행위들에 관한 책임은 해당 기업 뿐 아니라 결국 공정위에도 있다는 데에 여야 모두 공감했다.

'빨대의 민족'까지 나왔다, 배민에 여야 모두 쓴소리···함윤식 "우대수수료 확대, 고려 의사 있어"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함윤식 우아한형제들 부사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10.21.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함윤식 '우아한형제들'(배민 운영사) 부사장을 향해 "'배신의 민족'이란 조롱도 있다고 하고 심지어 '빨대의 민족'이란 조롱도 나온다.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의 주머니를 털어 가진자들을 배불리는 장사를 한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날 여야를 가리지 않은 대다수 의원들이 배민을 매섭게 몰아붙였다. 배민 측은 올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국감장에 이어 정무위 국감에도 증인으로 섰다. 특히 이날 배민은 지난 7월 기습적으로 수수료를 기존 6.8%에서 9.8%로 인상한 것에 대해 집중포화를 맞았다.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올해 7월3일 경제부총리가 배달료 부담을 느끼는 영세사업자에 대한 재정 지원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며 "그런데 배달의민족이 수수료를 올린 것이 7월10일이다. 기습 인상 발표였다. 정부를 우습게 보는 게 아닌가"라고 했다.

배민이 무료 배달 구독제 서비스인 '배민클럽'은 배민의 시장점유율 늘리는데만 활용될 뿐 입점업체와 소비자 모두에게 희생을 전가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배민은 '무료배달'이라 하지만 배달비는 결국 판매자들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며 "배달 수수료도 높게 책정돼 입점 판매자들은 음식 가격을 올린다. 그럼 소비자들에게도 피해가 간다. 결국 무료배달 서비스가 배달의민족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소비자, 입점사 모두 피해를 본다"고 했다.

배민이 최근 상생방안으로 내놓은 우대 수수료 방안도 미흡하단 지적이었다.

김남근 의원은 "지난 10월14일 배달의민족이 '우대수수료' 상생안을 발표했는데 상위 60% 업체들에 대해선 계속 9.8%의 수수료를 받겠다는 것이고 하위 20%, 중간 20% 업체들에 대해서만 우대수수료 적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우대수수료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함 부사장은 "이 시장 구조가 좀 더 공정하게 변경될 수 있다면 충분히 (우대 수수료 확대를) 고려할 의사가 있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소비자가 할인 쿠폰 사용시 배달 수수료율이 책정되는 방식에 대해 지적했다. 박 의원은 "3000원짜리 할인 쿠폰을 써서 2만7000원짜리 치킨을 사면 2만7000원에 대해 9.8%가 적용된다"며 "업주들이 부담한 금액이 확인되면 그 부분에 대해 돌려주겠다고는 하는데 이는 명백한 약관 위반이다. 치킨집 사장님들이 혼자 일하시는 경우도 있고 부부가 운영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증빙자료를 만들어 입증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쿠팡이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해외 배당한 것을 꼬집었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해 영업이익 7000억원 중에 4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해외 배당했다. 올해도 하실 건가"라고 물었고 이에 함 부사장은 "제가 여기서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료제출 요구를 하고 있다. 2024.10.21.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계약갱신 거부 논란'에 또 불려나온 아디다스···대표 태도도 질타 대상

아디다스코리아는 지난해 이어 올해 정무위에도 출석했다. 아디다스코리아는 2022년 1월 사업개편 계획을 밝힌 뒤 이 계획에 따라 집단 가맹 계약 종료를 점주들에게 알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었다. 곽근엽(피터 곽) 아디다스코리아 대표, 김정중 아디다스전국점주협의회 회장이 각각 증인과 참고인으로 이날 국감에 출석했으며 김정중 회장은 지난 1년간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2022년 아디다스코리아가 '퓨쳐파트너' 정책 발표 후 전국 120곳 넘는 대리점 중 19곳만 남기고 나머지는 폐쇄하고 본사가 직접 판매하게 됐다"며 "그래서 (아디다스코리아는) 80명이 넘는 대리점주와 계약갱신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곽 대표가 이날 국감장에서 보인 태도도 논란이 됐다.

곽 대표는 지난해와 달리 이날 통역을 통해 영어로 질문하고 답변했다. 곽 대표는 "지난해 제대로 답변 드리지 못했다. 제 한국어로 인해 위증의 위험도 있어 그런 문제를 방지하고자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신장식 의원이 질의하는데 곽 증인이 메모하는 장면이 있었다.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함에도 국감을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아닌가"라고 했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도 격앙된 목소리로 "곽 증인, 좀 전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다. 위원장께서 강력하게 경고해 달라"고 했다.

2년째 같은 문제로 국감장에 서자 김정중 회장은 아디다스 뿐 아니라 공정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정중 회장은 "지난해 국감 이후 아디다스 사례를 한 방송사에서 특집으로 다뤘고 그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는데 조회수가 390만이 넘었고 댓글은 1만개 이상이 달렸다"며 "정작 이 일을 다뤄야 할 공정위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 저희와 면담 한 번도 없었고 본사에 대한 조사도 없이 신고한 지 열흘 만에 가맹사업법 심사 불개시를 내렸다"며 "공정위가 어떻게 이렇게 을(乙)의 피해에 무관심하고 일방적으로 편을 드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공정위 결정에 대해 헌법소원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에 윤한홍 위원장은 "공정위원장께서 좀 각별하게 챙겨 조사를 하라"며 "짧은 시간에 해서 조치가 돼야 할 것 같다. 이게 작년 국감에서도 나온 건데 제대로 조치가 안 됐으니 오늘 이렇게 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플랫폼 정산주기 왜 20일? 왜 사전지정 아닌 사후추정?···공정위에도 쏟아진 질문들

이날 온·오프라인 기업들 갑질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짐에 따라 소관부처인 공정위가 과연 제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우선 최근 공정위가 잇따라 내놓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 규제 방안들을 두고 야권은 그 근거를 추궁했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최근 공정위가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발표한 것을 두고 "공정위가 이 법안을 만들기 위해 연 공청회 자료를 보면 입점업체 80% 이상은 구매 확정 열흘 안에 정산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묵살당했다"고 했다.

공정위가 낸 안은 소비자가 구매를 확정한 날로부터 20일 이내 판매대금을 입점 사업자에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현행법상 60일 이내에서 1/3 수준으로 좁힌 것이다.

천 의원은 "저희가 자료제출 받아 확인한 바에 따르면 카카오는 구매확정일로부터 3일, 네이버는 2일, 11번가는 1일 뒤 정산을 하도록 돼 있다"며 "아닌 곳이 두 곳 있는데 쿠팡과 무신사 정도다. (공정위 대규모 유통업법 개정안은) 쿠팡 봐주기를 해 준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천 의원은 질의에서 2022년 공정위 카르텔 총괄 과장이 퇴직 후 4개월 만에 쿠팡 전무로 영입된 사례도 꼬집었다.

한 위원장은 "특정 기업 봐주기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 이 정책 관련해선 업계의 일반적, 평균적 기간을 고려했다는 말씀 다시 드린다"고 했다.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광복절인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권의 대일굴종외교 규탄 및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024.8.1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공정위가 낸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을 위한 공정거래법'(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지적됐다.

신장식 의원은 "(한 위원장께서) 온라인 플랫폼 관련 독자 법안을 추진하겠단 취지 말씀을 하셨고 지난 8월 고위 당정협의회에서도 독자 제정안 마련이 언급됐다"며 "그런데 20일 후인 지난 9월9일 갑자기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을 이야기하면서 독자 제정이 아닌쪽으로 방향을 바꾸셨다. 대통령실 입김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정위는 지난달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지배적 플랫폼을 규율하되 법 위반 행위가 발생하면 사후 추정하는 방식을 따르기로 했다. 당시 참여연대 등은 공정위의 개정안이 거대 플랫폼 기업을 '사전 지정'하는 대신 법 위반 사항 발생시 '사후 추정'하는 방식으로 지배적 사업자 여부를 판단토록 했다며 거대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었다.

한 위원장은 이에 "지난해 말 국무회의에서 사전지정(방안을) 보고했었다. 그리고 난 뒤 올해 2월 저희가 의견 수렴을 더 충분하 하겠다는 그런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사전 지정이냐, 사후 추정이냐 방안이 확정된 적은 없다. 다각도로 검토했었다"고 했다.

정무위 국감 단골 소재라 할 수 있는 구글, 애플의 앱마켓 자체 결제수단(인앱 결제)의 독과점적 지위에 대한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서도 공정위에 주문이 잇따랐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토종 앱 마켓 경쟁 체제를 만들기 위해 삼성, 국내 이동통신사 등이 '원스토어'란 앱 마켓을 만들었었다"며 "그런데 구글 플레이가 게임사들에 원스토어에 출시하지 말고 구글 플레이에만 출시토록 했다. 그러다보니 원스토어 점유율은 5%까지 떨어질 정도로 위기였고 2018년 원스토어가 이 문제를 신고했지만 공정위가 조사해서 과징금 처분까지 6년이 걸렸다"고 했다.

이어 "넥슨, 엔씨소프트 등 주요 5개 게임사에 대해 조사해봤더니 주요 게임 99개는 구글플레이를 통해, 23개 게임 정도가 원스토어를 통해 출시된다"며 "앱마켓에서의 경쟁체제가 계속 유지되지 못하는 문제점이 나타남로 공정위가 다시 한 번 조사해 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도 "구글과 애플이 소위 미끼 전략에 따라 처음엔 공짜로 앱마켓을 제공해 독점 시장을 형성한 후 과도한 수수료를 뜯어가는데 그게 3%도 아니고 5%도 아니고 30%의 수수료"라며 "국내 연간 앱 소비업 규모가 8조3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구글과 애플이 인앱 결제 수수료로 매년 2조원씩 뜯어가는 셈이다. 국내 업체들이 항의하고 싶어도 구글 애플의 불공정한 조건으로 보복당할까 무서워 하으이도 못한다. 공정위에서 조사권을 발동하던지 해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원내대표주재 비공개 중진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10.21.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플랫폼 시장이 확장됨에 따라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공정위가 근본적으로 제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통신료나 카드 수수료처럼 이제 배달 수수료는 국민 일상의 사회적 인프라가 돼 있다고 본다"며 "우리가 이것을 사회적 인프라로 어떻게 만들어낼지, 또 적당히 이익을 가져갈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짤 것인지 등이 앞으로 공정위 과제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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