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참 무섭다.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딥시크' 충격 와중에 최근 두장펑(杜江峰) 저장대 총장을 교육부 차관(부부장)으로 발탁했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든 생각이다. 고작 교육부 차관 인사 하나에 무슨 호들갑이냐 싶겠지만, 차관 경력을 살펴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두 차관은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 등 숱한 중국 AI(인공지능) 천재 기업가를 키워낸 공학 명문 저장대 총장 출신일 뿐만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뛰어난 양자물리학자다. 게다가 평소 대학 연구가 기업 문제 해결로 이어지는 산학연 협력 모델을 강조해온 터라, 그의 발탁은 안 그래도 첨단과학 분야 혁신 인재 양성에 진심인 중국이 앞으로 공학 인재 양성에 더욱 박차를 가할 거라는 의지를 다시 한번 표명했다고 봐야 한다.
중국, 교육부 장·차관에 과학자
관료·정치인 위주 한국과 대조
과거 답습 정책으론 경쟁안돼
중국은 이미 지난 2021년에도 우주방(중국 항공우주연구 본산) 출신 화이진펑(懷進鵬)을 교육부 장관에 임명한 바 있다. 그는 취임 후 AI 시대 대학 역할을 재정립하는 한편, 초·중·고를 단순한 지식 전달 공간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곳으로 점차 바꿔나가고 있다.
취임사용 구호로만 그친 게 아니다. '2024 네이처 인덱스' 국가 종합 순위에서 중국은 처음으로 미국을 제쳤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톱10 대학 2~9위(저장대는 6위)를 휩쓸었다. 2016년 같은 조사에선 10위권에 베이징대가 유일했지만 불과 8년 만에 판도를 바꿔버린 것이다. 또 중국 정부의 '차세대 AI 발전 계획(2017)'에 따라 초등 3학년부터 고등학교를 잇는 AI 교육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서울대와 KAIST 두 학교만 그때나 지금이나 네이처 인덱스 50~100위권에 겨우 이름을 올리고 있다.

중국이 미래 핵심 산업을 책임질 인재를 키우며 이렇게 치고 올라올 때 한국은 뭘 했을까. 답부터 말하자면 교육부는 예나 지금이나 별로 한 일이 없다. 교육부 차관은 늘 고만고만한 행시 출신 교육부 관료, 부총리급 장관은 정치인이나 (교육·정치·사회)학자·관료가 차지해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 이해찬 장관이나 이명박 정부 이주호 장관처럼 초·중·고 교육 경쟁력을 갉아먹으며 욕먹은 몇몇 장관을 제외하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정책도 없다. 문제는 대입 관리만 잘해도 중간은 가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국가 미래와 직결된 이공계 핵심 인재 양성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데 우리 교육부 고위직들에선 그런 절박함을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 화이 장관 취임 이듬해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이주호 교육부총리와 오석환 차관의 행보와 비교해보면 더욱 차이가 극명하다. 중국 교육부가 핵심 인재 키우고 산학 연계 AI 생태계에 사활을 걸 동안 한국 장·차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무리하게 추진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몰아붙이느라 대학과 의사를 압박해 이공계 불호 현상만 부추긴 거 말고는 아무 한 일이 없다. 오죽하면 이 장관이 지난해 성과로 유보통합 추진과 늘봄학교 도입 등을 꼽았을까.
물론 이 장관도 중국처럼 "디지털교과서 활용"을 추진했다. 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두 나라 수준 차이rk 확연하게 드러난다. 중국은 AI 인재 양성과 산업 연계를 강화하는 등 단순한 기술 교육을 넘어 혁신 생태계 조성에 초점을 맞춘 종합적 접근을 하고 있다. 한국은 이름만 AI다. 이 장관이 올해 시무식에서 "AI 교과서를 활용한 디지털 교육으로 영포자·수포자 없는 교실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한 데서 알 수 있듯, 하드웨어에 치중해 입시에 활용하는 틀로만 접근한다.
어제(4일) 개막한 올해 중국 양회에서 중국은 AI를 성장 동력으로 삼을 윤곽을 또 내놓았다. 우린 여전히 의대 정원에만 매달리고, 탄핵·부정선거 얘기만 한다. 한국 발 마사지해주던 중국은 저만치 앞서가는데, 아무도 무섭지 않은가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