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아름다운 사람이 많다. 멋지고, 예쁜 사람도 아름다운 사람이라 말하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건실한 청년을 보고도 아름다운 청년이라 말을 한다. 누구나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어 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아름답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드는 의문 하나는, 아름답다는 말은 어떤 뜻일까? 아름답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 모른 채 그냥 예쁘고, 잘난 사람으로만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름답다는 것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답다'의 어원을 공부를 해보니 몇 가지 설(說)이 있다. 먼저 하나의 어원은 '아름'이란 말이 '안다'는 뜻인 알다(知)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다. 이 설에 의하면 아름답다는 말은 '아는 것'이란 말이 된다. 즉 아는 것이 힘이고, 아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을 하였던 것 같다. 그래서 예로부터 아는 것이 많은 지식층은 늘 존중을 받았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들을 우러러보았을 것이다. 또 다른 설은 '아름'을 우리가 두 팔을 쫙 벌려 껴안을 수 있는 길이와 양을 뜻한다는 설도 있다. 한 '아름의 꽃다발'이라는 표현을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데 여기서 '아름'은 두 팔 한가득 안은 큰 꽃다발을 뜻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설은 15세기 고문헌 '석보상절(釋譜詳節)'에 나오는 설이다. 이 문헌에 '아 답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여기서 '아'는 나를 뜻한다. 즉, 아름답다는 말은 '나답다'라는 말이 된다. 위 세 가지의 어원 중 본인은 세 번째 어원인 '나답다'가 훨씬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아름답다는 말은 나답다는 말이며, 나답게 살아가는 삶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능력도 알고, 내 분수에 맞게, 내 주제에 맞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최근에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아주 큰 경사스러운 일이 있었다. 바로 대한민국의 작가 '한강' 씨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이다. 이 일이 얼마나 대단하냐 하면, 대한민국 최초인 것은 물론이며 아시아에서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출판 업계며, 서점가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한강 씨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아주 큰 화제였다. 본인 역시 한강 씨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자랑스러워 그녀의 삶을 인터넷에서 찾아보게 되었다. 그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도 있었고, 그녀가 진행하는 문학 관련 TV 프로그램도 있었다. 그러다가 그녀가 음반을 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의 노래를 찾아 듣게 되었다.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녀는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녀는 그녀다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잘 부르려 꾸미지도 않았고, 그저 담백하게 그녀의 숨소리로, 마음속에서 나오는 그 소리 그대로 시를 노래하고 있었다. 한강은 한강다웠다.
그녀는 한때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등재되어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때 그녀는 앞으로 글을 더 쓸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한 불합리에 굴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그녀의 길을 걸어갔다. 한강답게 글을 써왔고, 한강답게 삶을 살아왔다. 사람들 발길 닿지 않는 골목 안에 작은 책방을 열고, 그곳에서 그녀답게 책을 읽고, 그녀가 좋아하는 책들을 진열하고, 간간이 사람들에게 주문을 받고, 책을 손님들에게 전달하며 그렇게 그녀답게 살아왔음을 알게 되었다. 노벨상을 받고도 그녀는 '특별하게 달라진 것은 없다'라 말한다. 이전처럼 계속해서 글을 써가겠다고 말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한 직후에 많은 언론사에서 인터뷰와 기자회견을 요청받았지만 그녀는 역시 그녀 다웠다. 거창한 기자회견 대신 그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를 통해 서면으로 그녀의 뜻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축하 기자회견을 열 수는 없다"라며 짧은 감사의 인사만 전한 그녀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우리 모두 아름다운 사람이 되자. 그러기 위해서는 나다움에 대해서 먼저 알아야 한다. 나답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나다운 것을 말하기 전에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먼저 물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왔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며, 또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 적합한 삶인지를.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내가 싫어하는 것은, 또한 그러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하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했던 이유를 이제야 조금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