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거주자가 260만명을 돌파하면서, 금융권이 외국인 대상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지역에 특화 점포를 운영하는가 하면, 비대면 체크카드 개설, 출국만기보험, 환전 수수료율 우대 등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외국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외국인 대상 금융상품 및 서비스가 한계점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권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등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우리나라 인구의 5%에 달하는 약 261만명에 달한다. 이 중 외국인 취업자는 지난해 역대 최대치인 92만 3000명을 기록했는데, 올해 10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에 힘입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1~9월 신규 외국인 고객 수도 23만 9822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신규 고객은 37만 7882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3년 전 대비 약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 중 월 평균 소득이 200만원 이상인 경우가 86%, 300만원 이상이 36%에 달해 내국인과의 임금격차도 크게 줄었다. 과거에는 저소득층 외국인이 대부분인 데다, 금융상품 및 서비스도 환전·송금 등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득이 크게 증가한 데다 다양한 분야에서 근로자가 유입돼, 기존과 다른 시각으로 니즈를 충족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외국인 고객들은 기본 예적금 및 체크카드 외에도 환전지갑 형태의 환율이 고려된 외화 저축상품이나 본국 방문시 활용할 수 있는 카드 연계 상품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에 장기간 체류한 외국인들은 2금융권이 제공하는 소액 한도의 신용대출 외에도 담보대출·신용카드 등에 대한 수요도 높다.
문제는 은행들이 대면서비스를 축소하면서 모바일뱅킹에 집중하고 있는데, 외국인에게 모바일뱅킹이 여전히 장벽처럼 여겨진다는 점이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외국인에게 해외 송·수금 한도를 제한하거나 비대면 1회성 거래한도가 제한되는 통장·체크카드만 발급해주고 있다. 신용카드 발급조건도 까다롭다. 또 외국인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언어지원 서비스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그치고 있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제한적으로 신용서비스를 개방해 이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신용도를 평가해 대출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외국인 대상 신용평가를 제공하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물론 시중은행과 지방은행권을 중심으로 외국인을 위한 특화 점포를 비롯, 외국인 전용 금융앱의 언어지원 등 관련 서비스가 서서히 확충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7일부터 외국인 고객 전담창구인 '글로벌 데스크(Global Desk)'를 추가 설치했고, 하나은행도 지난달 19일 다국적 외국인이 많은 경기도 평택에 외국인 전용 특화점포 '평택외국인센터점'을 개점했다. 신한은행도 화상상담 기반 디지털 특화채널인 '디지털라운지'를 활용한 '신한 글로벌플러스'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이들 은행의 특징은 외국인들이 평일 은행업무를 보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해 주말에도 점포를 열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현지인 직원을 전면 배치하거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함으로써 금융거래 시 겪을 수밖에 없는 언어장벽도 해결했다.
지방에서도 외국인 고객 유치에 활발하다. BNK부산은행과 JB전북은행은 특화점포를 운영 중인데, 부산은행은 일부 영업점에 미래형 디지털 채널인 '디스털데스크'를 마련해 외국인 고객의 금융업무에 특화된 화상상담 직원을 배치했다.
전북은행은 경기도 수원에 외국인 고객 전담 '브라보 코리아(BRAVO KOREA) 고객센터'를 운영 중이다. 매일 운영되는 점포(법정공휴일 제외)로 매일 오후 10시까지 운영되는데, 17개국 출신 전담직원을 약 40여명 배치한 게 특징이다.
다만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과거처럼 특정 지역에 몰려있기 보다 전국적으로 분포한 만큼, 금융권이 특화 점포를 추가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 해소에 기여한 은행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것처럼 특화 점포를 마련하도록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평가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은 유색인종이 거주하는 소외 지역에 대해 금융 차별을 뜻하는 '레드라이닝' 이슈를 근절하기 위해 지역재투자법(CRA) 등 규제를 통해 이민자를 포함한 전 계층에 금융 접근성을 강화했다"며 "이민정책, 사회복지 차원에서 외국인의 금융 접근성 향상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