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방은 온통 어둡고 침침한 색깔 안개가 걷히면 세찬 바람이고 낙엽은 갈 길을 잃었다. 땅에는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는 동전들과 같이 잠깐 관심은 가지만 왠지 줍기는 꺼려진다. 손에 흙 묻히기도 싫지만 수고에 비해 초라함만 더해진다.
멀리서 달려오는 버스의 불빛은 안과 밖에 다른 세상 정거장이 아닌 곳에서 멈춰 섰고 올라서는 순간 모두의 눈빛은 한곳을 보고 있다. 나이 든 노인들이 대부분인데, 남자는 흰옷의 고무신을 신고, 여자는 쪽진 머리에 옛날에나 있었던 한복 차림이다.
한참이나 달리던 버스 안에서 이상하다 싶어 멈춰 달라곤 내렸다. 운전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에서 지워졌고, 깨어나보니 꿈이었다. 아침에 기분은 별로다 얼마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불안감을 떨쳐낼까.
그리곤 부고가 도착했다.
노숙인 쉼터를 운영하는 신부님이 기도에 동참해 달란다. 정해진 절차와 나름의 방법은 알고 있으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겠다는 아름다운 슬픔이다. 불쌍한 죽음으로 당연히 유언도 없고 급하게 치르는 장례식에, 관 위에 뿌려지는 술 한잔의 위로가 그가 남긴 세상의 흔적이다.
그런데 엄숙해야할 분위기는 어디 가고 빚 받으러 왔다는 불청객은 삿대질에 욕지거리며, 이대로 못 보낸다하니 대략 난감이다.
본인도 같은 처지로 가난한 의리를 나눈 사이지만 집요하게 공격하고 반드시 이겨야 하는 싸움이다. 여럿의 주머니가 보태졌고 ‘아이고’ 소리는 귓전을 맴돌았다.
소중해야 할 삶의 가치는 쓰레기통에 버려졌고 영혼은 거칠고 험한 영역에서 무릎 꿇어 잘못했다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보통의 경우 망자의 하소연 구구절절 변명에 맞장구를 쳐주지만 살아생전 나쁘다 않은 행동은 매운 회초리를 맞아야 한다.
잘났다 하는 허세는 가정에 소홀했고 춤추고 노래하는 배짱이 노릇은 밑바닥 잠을 자야 하는 비참한 신세. 밥 한 끼 구걸에 부끄러움은 사치다.
계모에 학대에 가출했고 염색 공장에서 최고의 능력자가 돼 많은 돈도 벌어왔지만 허전함은 채울 수 없었다. 배우지 못한 갈등은 오르지 못할 나무 뒤에서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다.
혼자 하는 푸념은 태어나기 이전의 숙제이다. 못난 부귀영화는 구름 속에 갇힌 허상의 그림자요. 진짜는 나누는 베풂. 환한 웃음을 선물하라는 명령에 씩씩한 대답이었다. 앞으로 어떤 대접을 받을지 두려움보다는 착한 다음을 약속하자는 짧은 인사였다.
그 후 쓸쓸한 결말은 허락 없이 부친의 시신을 훼손했다는 고소장이 날아왔다. 좋자 하는 일이었지만 날선 원망에 부질없는 후회까지 속상함은 커져갔다. 피곤한 흥정의 마음은 문이 굳게 닫혔고 원하는 만큼은 아니어도 개선장군 돌아서는 모습은 악마는 죄를 짓게 한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부디 지구에서의 걷는 걸음은 이쁜 꽃을 피워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