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무인기 사고 예견했나…작년에 "안전성 부담" 국회 보고

2025-03-18

지난 17일 경기 양주시 육군 모 항공대대의 활주로에서 헬기와 충돌해 전소한 중고도 무인 정찰기 ‘헤론’과 관련해 군 당국이 이미 지난해 11월 “정비 시간 부족으로 비행 안전성에 대한 부담 있다”는 평가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군 당국이 이번 사고를 예견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우려는 넉 달 만에 현실이 됐다.

18일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군 당국은 지난해 11월 헤론 무인기와 관련한 비공개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 군이 보유한 헤론 3대 가운데 1대가 경기 양주시 인근에 추락했다. 이에 따라 육군본부 사고조사위원회가 같은 달 4~5일 조사를 진행한 데 따른 일종의 후속 조치 방안 보고서였다. 당시 무인기 추락에는 북한의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군 당국은 당시 보고서에서 “헤론은 기체와 감시장비로 구성된다”며 “기체는 이번 사고로 2대를 보유 중이고 감시 장비는 해외 입고 정비 등으로 1대만 운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헤론은 작전 임무를 매일 수행하기 때문에 이대로는 “정비 시간 부족에 따른 비행 안정성에 대한 부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군 당국은 “추가 고장 및 추락 시에는 작전 운용에 지대한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장비 피로도를 고려할 때 장기간 현 상태를 유지하면 수명 연한이 단축돼 조기 도태가 예상된다”는 평가를 했다. 또 “무인 항공기 노후화와 장비 손실 등으로 장비 가동률 지속 저하 중”, “전력 공백 최소화 위해 무인 항공기 관련 예산 230억원이 필요하다”는 대목도 보고서에 있었다.

군 당국의 이 같은 인식은 헤론의 정비 현황, 작전 임무 빈도 등을 고려할 때 추가 사고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도 육군은 남은 기종을 그대로 운용했고, 이는 넉 달 만인 이달 17일 활주로 충돌 사고로 이어졌다.

앞서 17일 오후 1시 5분쯤 경기 양주시 광적면 소재 육군 부대 항공대대에서 착륙을 시도하던 헤론 무인기 1대가 지상에 계류 중이던 기동 헬기 수리온(KUH-1)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무인기·헬기가 전소하며 수백 억 원대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육군은 전소한 헬기 1대 외에 인근의 또 다른 헬기 1대도 외부 긁힘이 있어 정비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육군은 이번 사고 이후 지상작전사령부 예하 무인기 비행을 중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육군본부에 정보차장(준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20여명 규모의 중앙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사고 무인기는 활주로에 착륙해 주행하다가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측면에 계류 중이던 헬기를 들이받았다. 해당 기종은 이·착륙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오토 파일럿 기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랜딩 기어나 소프트웨어(SW) 이상 또는 활주로 노면 문제 등 다양한 원인이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도입한 중고도 정찰 무인기 헤론은 서북도서와 수도권 대북 정찰을 담당한다. 길이 8.5m, 폭 16.6m, 최대 시속 207㎞에 이른다. 고도 10㎞ 상공에서 지상 표적을 정찰한다. 대당 가격은 30억원가량으로, 군 당국은 2016년 헤론 3대와 지상통제체계(GCS)를 약 400억원에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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