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을 떠나 사는 것만으로도 노후생활비를 30% 이상 절약할 수 있다는 연구보고서를 본 기억이 있어 ‘맞을까’ 궁금했다. 예전에는 포털사이트를 뒤졌는데 요즘은 인공지능(AI) 시대다. AI 플랫폼 몇곳에 가능성 있는 주장인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신빙성 있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주장이며, 실제로 여러 연구나 조사에서 비슷한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서울과 지방의 생활비 차이는 주거비에서 크게 발생한다. 지방으로 이주해 주택을 구매하거나 저렴한 임대주택을 이용하면 생활비를 줄일 수 있다. 주거비 차이가 전체 생활비에 영향을 미쳐 30% 정도의 절감 효과를 가져온다. 지방으로 이주하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보다 여유로운 생활을 하게 돼 자연스럽게 생활비가 절감되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주의할 점은 소비 습관이 변하지 않으면 이런 효과는 없다는 것이다. 지방은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나 대중교통 환경이 서울보다 열악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지방에서도 대도시와 소도시·농어촌의 생활비 차이가 크다. 특히 농어촌지역에서는 저렴하게 집을 마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텃밭 등을 활용해 식비도 많이 줄일 수 있다.
AI에게 서울과 지방의 구체적인 생활비를 비교해달라고 했다. 답변 내용에, 실제 시골에서 생활하며 느낀 것들을 더해 정리해본다.
먼저 주거비부터 비교하면, 같은 조건으로 집을 임차할 경우 서울은 월세 50만원대, 전세 수억원대다. 소도시는 월세 20만∼40만원대, 전세 수천만원이면 된다. 관리비 차이도 크다. 식비가 서울은 한끼 8000∼1만5000원, 카페 커피 가격도 5000원 이상인 데 비해 지방은 한끼 5000∼1만원이다. 농어촌지역에서 직접 먹거리를 생산한다면 훨씬 덜 든다. 서울은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 있어 교통비 부담이 적다. 지방, 특히 농어촌지역은 내 차가 꼭 필요하다. 기름값·보험료·세금 등 유지비가 든다.
문화·여가비의 경우 서울은 공연·전시 등 다양한 문화생활이 가능하지만 비용 부담이 크다. 제대로 된 공연을 보려면 10만원이 넘는다. 지방은 문화시설은 상대적으로 부족해도 공공극장이나 문화행사·체험프로그램 등이 많다. 농어촌지역은 무료이거나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다.
의료비의 경우 서울은 대형병원과 전문의료시설이 많아 선택지가 넓지만 진료비 부담이 크고, 지방은 의료시설이 부족해 서울로 원정 진료를 가야 할 수도 있다. 일반 병·의원 진료비는 비슷한 수준이거나 지방이 저렴하다.
쇼핑이나 은행 등의 업무 보기는 서울보다 지방이 불편하다. 하지만 온라인몰과 인터넷뱅킹 등의 기능만 익히면 집에서도 쇼핑과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고 경비도 줄어든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해 AI가 분석한 1인당 월 필요 생활비는 서울은 최소 160만원에서 최대 345만원, 지방은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215만원이다. 2인가구를 기준으로 하면 서울은 250만∼500만원, 지방에서는 180만∼350만원이 필요하다.
김경래(OK시골 대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