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교 시절의 나는 하루 종일 공부만 하면 성적이 잘 나올 줄 알았다. 책상 앞에 앉아 문제집을 풀고, 스터디 플래너 속 계획들을 볼펜으로 그어가며 흔히 ‘순공시간’이라고 하는 숫자로 하루의 만족도를 평가했다. 성취의 기쁨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하루하루가 결과를 향한 조급함 속에 있었고,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질수록 나 자신에게는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스트레스와 걱정의 연속이었지만,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새 치과대학 입학식에 참석한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입학 후의 나는 또 다른 긴 여정을 앞두고 있었다. 이번에는 환자의 구강 건강을 책임지는 사람이 되기 위한 여정이었다. 본과 진급 전, 모두가 잠시 쉬어가야 한다고 말하는 시기에도 나는 여전히 고등학교 시절의 습관을 놓지 못했다. 새내기였지만 마음의 여유는 없었고, 오랜 완벽주의가 나를 옭아매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일을 완벽히 해낸 것도 아니었고, 언제나 잡히지 않는 목표처럼 느껴졌다. 나는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오히려 지쳐갔다. 지금 돌이켜보면, 왜 그 소중한 시기를 조금 더 즐기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치과대학 생활은 언제나 잔잔하게 바쁘다. 실습, 강의, PBCL, 보고서 작성 등 대부분의 시간이 학교와 관련된 일로 채워져 있다. 예전의 나라면 그런 하루를 당연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내 삶을 예비 치과의사로만 정의 내리는 것이 과연 건강한 걸까?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환자의 구강 건강을 위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지만, 정작 나 자신의 정신적 건강은 돌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무렵 나는 ‘건강한 취미’를 가지는 것 또한 하나의 자기관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 그것은 춤을 추는 일이었다. 나는 전문 댄서도 아니고, 학창 시절 동경했던 아이돌처럼 키가 크고 늘씬한 것도 아니지만, 음악을 크게 틀고 몸을 움직이다 보면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고 고민거리도 그 순간만큼은 사라진다. 머릿속이 비워지면 다시금 새로운 에너지가 채워진다. 그 덕분에 다시 책상 앞에 앉을 때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하루가 훨씬 더 긍정적으로 느껴진다.
공부는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적당한 취미가 더해지면 공부는 공부대로, 취미는 취미대로 즐기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마음의 상태가 안정되면 공부의 질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마음이 닫혀 있으면 책상 앞에 앉아도 교과서가 머리에 들어오지 않지만, 마음이 열려 있으면 집중과 몰입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취미는 그런 ‘열린 마음’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다른 치과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가 배우는 것은 단순한 진료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다루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식뿐 아니라 타인에게 공감하는 능력, 삶의 균형,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돌보는 힘이 필요하다. 분주한 하루 속에서도 자신을 웃게 만드는 작은 여유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 그 여유가 결국 우리를 더 따뜻한 의료인으로 성장하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누군가의 미소를 지키는 치과의사가 되기 전에, 나 자신부터 미소 지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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