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 건너 찾아온 고향에서 최고의 신인이 됐다. 홍유순(20·인천 신한은행)의 본격적인 레이스는 지금부터다.
2024~2025시즌 여자프로농구 전체 1순위 신인인 홍유순은 프로 무대에 오르자마자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그는 신인 선수 최초로 4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작성하며 2017년 박지수(3경기 연속 더블더블)의 기록을 깼다. 데뷔 시즌 26분 18초를 뛰며 8.1득점 5.7리바운드 1.4어시스트를 기록한 홍유순은 정규리그 신인왕에 올랐다. 송윤하(청주 KB)와 이민지(아산 우리은행)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쳤다.
홍유순이 주전급 활약을 펼치는 동안 팀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구나단 전 감독이 건강 악화로 인해 시즌 중반 자리를 비웠고 이시준 감독 대행이 남은 경기를 지휘했다. 신한은행은 정규리그를 5위로 마무리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격동의 데뷔 시즌을 보낸 홍유순은 이제 2년 차에 접어든다. 성적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생각도 많아졌다. 지난달 29일 경기 용인 신한은행 연수원에서 만난 홍유순은 “1년 차 때는 아무 생각 안 하고 언니들만 따라가면 됐었는데 2년 차가 되니 생각을 더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시즌을 일찍 마무리한 홍유순은 1달 반 동안 오사카에 다녀왔다. 프로 데뷔 후 처음 얻은 긴 휴가다. 오사카산업대학 농구부 출신인 그는 고향에서도 농구를 쉬지 않았다. 홍유순은 “동아리에서 같이 농구 했던 친구도 있고 일본 실업팀에서 뛰는 친구도 있어서 같이 동네에서 농구를 하며 놀았다”라며 “친구들이 한국 농구선수로서의 생활을 궁금해한다”라고 말했다.
홍유순이 한국 선수가 되기로 한 이유는 명료하다. 그는 “국적이 한국이니까, 한국인이어서”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을 받은 후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는 꿈을 밝히기도 했다.
홍유순은 신한은행 입단 후 소중한 인연과 재회했다. 일본어 통역을 맡은 황미우 국제협력팀장이다. 황 팀장은 WKBL 최초의 재일교포 선수 출신이다. 홍유순은 중학교 때 재일교포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 와서 황 팀장을 만났다. 당시 신한은행 선수로 뛰고 있던 황 팀장의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홍유순은 “그때 한국에 와서 미우 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국 프로 진출의 길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라며 “그때의 경험이 한국에 오는 데에 큰 영향을 을 줬다”라고 말했다.
황 팀장은 “유순이를 신한은행 선수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라며 “첫 재일교포 선수로 한국에 오고 나서 이후에 다른 재일교포 선수들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드디어 왔구나’ 하는 생각이었다”라고 말했다.

홍유순은 지난 2월 신인상을 받은 뒤 “다음 목표는 MIP(기량발전선수상)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데뷔 시즌에 신인상을 받았으니 2년 차에는 MIP를 받겠다는 치밀한 계획이다. MVP는 언제쯤으로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너무 먼 이야기”라며 웃었다.
홍유순은 “저는 달리면서 몸싸움도 할 줄 안다, 그게 제 스타일의 농구다”라며 “자신 없었던 3점 슛도 다음 시즌에는 잘 던질 수 있도록 연습하겠다”라고 말했다. 최고의 데뷔 시즌을 흘려보내고 더 강해진 모습으로 코트에 서겠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