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자가 관리비 부담' 신탁계약, 제3자엔 효력 없어"

2025-03-03

부동산 신탁계약에서 관리비 부담 주체를 별도로 정하는 계약조항을 신탁원부에 기재했더라도 수탁자가 이를 근거로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한 집합건물관리단이 A신탁사를 상대로 낸 관리비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지난달 13일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사는 해당 건물을 소유한 B시행사와 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B사는 건물의 보존 및 유지 등 관리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하고, 세금과 공과금 등 비용을 부담한다”는 내용을 기재했다. 해당 내용은 신탁계약서에 포함돼 신탁원부에도 기재됐다. 이후 B시행사는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관리비 5500만 원 가량을 연체했다. 집합건물관리단은 시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A사도 관리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쟁점은 신탁법에서 정한 대항력의 범위였다. 신탁법 제4조 1항은 “등기 또는 등록할 수 있는 재산권에 관해 신탁의 등기 또는 등록을 함으로써 그 재산이 신탁재산에 속한 것임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정한다. A사는 신탁계약에서 관리비를 B시행사가 부담한다고 정했고, 해당 내용이 신탁원부에 포함돼 부동산 등기됐기 때문에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1심·2심 재판부는 모두 A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신탁계약에서 관리비를 B시행사가 부담한다고 정하고, 이 신탁계약서가 신탁원부에 포함되어 등기의 일부가 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신탁계약을 등기했다고 해서 계약서에 담긴 모든 내용을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신탁법 제4조 1항에서 언급된 ‘제3자 대항’은 해당 부동산이 수탁자의 고유재산과 분별되는 신탁재산에 속한 것임을 대항할 수 있을 뿐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신탁계약의 내용과 관계없이 이 사건 관리비의 성격, 원고의 관리단 규약 등을 심리하여 피고가 관리비를 부담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