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재자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마르첼 디르주스 지음
정지영 옮김
아르테
독재를 다룬 서적은 제목에 낚시질이 많다. 노골적으로 독재 타도를 주장하는 책은 민주주의 선진국에선 수요가 많지 않아 그럴 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독재자는 어떻게 몰락하는가』는 이례적이다. 이 책의 직설적인 제목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인류 역사에서 독재가 더 일반적이고, 민주주의가 예외적이라서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선 독재를 무너뜨려야 하고, 이 책은 그 방법을 연구한 결과다.
저자가 옥스퍼드대에서 소련공산당 정치국 인사들의 삶을 연구했다고 해서 지루한 이론을 늘어놨을 거라 짐작하면 오산이다. 저자가 콩고민주공화국의 한 양조장에서 총격을 당한 일부터 책이 시작한다. 직접 겪은 쿠데타 체험이다. 뻔뻔스럽게 “용서의 힘을 믿는다”는 인종학살 전력의 반군 지도자, 독재에 맞서다 투옥된 민주화 운동가 등 저자가 직접 만난 이들의 인터뷰가 이 책의 토대다.
저자는 독재자가 되는 일을 '트레드밀'에 올라타는 것에 비유한다. 한 번 올라서면 끝까지 달려야 해서다. 조금이라도 다리 힘을 풀었다가는 다친다. 지난해 12월 뜬금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전직 대통령이 이 책을 읽어봤다면 애초에 무모한 짓을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책의 부제는 '국가는 어떻게 살아남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