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국 시인의 디카시 읽기] 박옥경 시인 '괜찮다'

2024-10-17

멈추기 힘들 땐

멀리 가보는 것도 괜찮다.

너무 멀리 왔다고 느낄 때

멈춰도 늦지 않다.

사는 건 누구나 처음 가는 길이다.

<감상> 기찻길에 이색적인 표지판이 서 있습니다. ‘너무 멀리와버렸다’는 낭만적인 문구가 문득 가던 길을 멈추어 세우고, 자신의 발길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멀리’는 어디까지가 멀리일까요? 멈추기 힘들 땐 멀리 가보는 것도 괜찮다는, 너무 멀리 왔다고 느낄 때 멈춰도 늦지 않다고 말하는 멀리는 어떤 상태일까요? 마지막 구절, “사는 건 누구나 처음 가는 길”이라는 진술이 ‘멀리’ 이해의 실마리가 되어줍니다.

삶이란 되풀이 할 수 없는 것이어서 그 때 그 길은 이미 없고 우리가 가는 길은 누구에게나 처음 가는 길입니다.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되돌아보며 자신을 타이르고 위로하는 <괜찮다>의 ‘멀리’는 앞만 보고 치닫던 젊은 날 의 꿈과 욕망의 거리(distance)입니다. 다시 그것은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며 멈출 때가 되었다고 느끼는 황혼녘의 심정일 터입니다. ‘길 조심하세요’가 아닌 ‘너무 멀리와버렸다’는 낭만적인 문구의 표지판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무척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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