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체스 총리, 시위로 세계 3대 사이클 대회 중단되자 "시위대에 존경과 찬사"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스페인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해 궤멸적 수준의 공격을 계속하는 이스라엘을 상대로 유럽 국가들 중에서 가장 강경한 비판과 제재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방산업체 엘빗 시스템즈(Elbit Systems)가 만든 다연장로켓(MLRS) 펄스(PULS) 도입 계약을 공식 취소했다고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계약 규모가 7억 유로(약 1조1400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스페인은 지난 2023년 10월 육군의 무기 현대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엘빗 시스템즈의 펄스를 기반으로 하는 다연장로켓포 12기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엑스팔(Expal)과 GMV 등 스페인 업체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계약을 수주한 뒤 설계와 기술, 부품 등을 엘빗 시스템즈에서 도입해 스페인 현지에서 조립·통합해 납품하는 구조이다.
중도좌파 '스페인노동자사회당(PSOE)' 소속인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최근 가자지구 공격을 비판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고, 이번에 1조원대의 무기 도입 계약도 취소한 것이다.
스페인 정부는 또 이스라엘 기업의 라이선스를 받아 생산할 예정이었던 2억8700만 유로 규모의 대전차 미사일 발사기 168대 도입 계약도 취소했다.
산체스 정권은 유럽 주요국 중에서 이스라엘을 가장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산체스 총리는 작년 5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인정한 데 이어 지난 8일에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스라엘로 향하는 무기와 연료를 실은 항공기와 선박의 입항을 금지한다"며 "인권 침해와 전쟁 범죄와 연루된 이스라엘 인사들의 입국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의 무기·군사장비에 대한 구매와 판매 금지를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다연장로켓 도입 계약 취소는 그 첫 조치인 셈이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다른 유럽 주요국들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주요 무기 판매 또는 도입을 중단하는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한편 산체스 총리는 이스라엘과 관련된 국제 스포츠 행사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전날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 3대 도로 사이클 대회 '부엘타 아 에스파냐'가 팔레스타인 지지 반(反)이스라엘 시위대의 코스 점거로 중단된 것과 관련해 "시위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존경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이스라엘 팀이 이 대회에 참가한다는 이유로 코스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그는 "어제 마드리드에서 일어난 일 이후 시작된 논쟁은 더 확대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제) 스포츠 기구들이 이스라엘이 국제대회에 계속 참가하는 것이 윤리적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페인 정부가 폭력을 항상 거부해 왔고 앞으로도 거부할 것"이라면서도 "부엘타 경주에 참가한 선수들과 불의에 맞서 싸우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사상을 수호하는 스페인 사회에 깊은 존경과 찬사를 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