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불법 체류자들에 대한 강제 추방을 골자로 한 자신의 이민 정책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취임 100일(29일)을 앞두고 공개된 여론조사의 지지율이 30%대까지 하락한 가운데 관세 등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응을 받고 있는 이민정책을 집중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백악관 마당에 ‘전시’된 이민자 사진
이날 오전 백악관 방송사들의 중계 부스 인근에는 범죄 혐의를 받는 이민자들의 머그샷이 세워졌다. 이들의 얼굴 사진 위엔 ‘체포(Arrested)’란 글자와 함께 각자의 혐의가 적혀 있었다.

‘국경 차르’로 불리는 톰 호먼 백악관 국경 고문은 사진을 배경으로 브리핑을 열고 “지금까지 13만 9000명을 추방시켰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을 96% 감소시켜 역사상 가장 안전한 국경을 갖게 됐다”고 주장했다.
매년 불법체류자 100만명을 추방시킨다는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도 기자들 앞에 나타나 “미국은 단 한 명의 불법 이민자라도 세금으로 지원하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인들이 그들까지 부담하게 하는 것은 역겨울 정도로 굴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 태어난)불법 이민자의 자녀가 자동으로 미국 시민이 되는 정책 역시 어리석은 일”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헌법에 명시된 권리인 출생 시민권을 부인하는 ‘출생시민권 종료’ 행정명령에 서명한 상태다.

“가짜 뉴스”라더니…“추방을 압도적 지지”
밀러 부비서실장은 기자들과의 문답 과정에서 “CBS 여론조사에서 대규모 추방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율이 나왔다”며 “불법 이민자 추방과 복지 중단, 범죄 위협 제건, 외국 범죄 조직 해체 역시 놀라운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인용한 CBS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5%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경제(42%), 인플레이션(38%), 관세(41%) 등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절반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가짜 뉴스”라고 했던 다른 기관의 조사 결과와 거의 동일하다.

이민정책 역시 49%의 지지율로 반대 여론(51%)보다 낮았다. 이 역시 다른 기관의 조사 결과와 유사하다. 그런데 CBS가 추가로 조사한 불법채류자의 추방에 대해선 지지율이 56%를 기록하며 유일하게 과반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 ‘가짜 뉴스’라고 규정한 조사 결과 가운데 유리한 것만 취사 선택했다는 의미다. 특히 전체 유권자들은 합법 이민자를 실수로 구금하거나 추방하는 것에 대해 각각 73%와 81%가 반대했지만, 스스로를 ‘마가(MAGA)’라고 밝힌 이들의 53%는 “합법적 이민자들를 구금해도 상관 없다”고 답했다. 백악관이 내세운 ‘압도적 지지율’의 실체다.
트럼프 “추방에 협조 않는 주는 지원 중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수갑을 채워 추방되는 불법 이민자들의 검거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잇따라 올렸다.

오후엔 백악관에서 불법 이민자 추방에 협조하지 않는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이 이끄는 주(州)와 시(市)의 불법 이민자 관련 업무를 파악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들을 ‘피난처 관할권(sanctuary jurisdictions)’으로 지정해 연방정부의 지원을 중단하려는 조치다.
또 이들 지역이 미국 시민권자보다 이민자들을 우대하는지 여부를 법무부가 판단해 소송을 걸 수 있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대형트럭 등 상업용 차량을 운전하는 운전자들에게 영어 능력을 평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이민자들의 종사 비중이 높은 운송업에서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쫓아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 미국 역사상 최초로 영어를 미국의 공식언어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상태다.

행정명령 서명 직후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아주 간단하다. 법을 준수하고 존중하면 된다”며 “미국의 공공안전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려는 시도를 방해하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