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발(發) 관세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K-수출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미·중 의존도가 줄고, 대만·베트남 등으로의 수출 비중이 늘고 있다.
30일 한국무역협회의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체 수출에서 미국(18.53%)과 중국(18.21%)이 차지하는 비중이 36.74%로 지난해 같은 기간 38.20%에서 1.46%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지난해 전체 수출에서 대미(對美)·대중(對中) 수출이 차지한 비중(38.15%)보다도 올해 1~5월 수치가 더 낮았다
2001년 12월 중국이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이후 미국과 중국은 그동안 한국 수출의 40% 가까이 차지한 핵심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20년에는 한국 전체 수출에서 미·중의 비중이 40.33%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의존도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미국과 중국으로 수출 비중이 동시에 줄어든 것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 관세 등 통상 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미·중 비중을 줄이고, 아세안·EU 등지로 수출 다변화에 나섰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상호보완적 관계였던 중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관계가 되면서 중국으로 수출이 어려워진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중으로 수출이 줄어든 대신 대만(2.28%포인트 증가)·베트남(0.55%포인트)·폴란드(0.32%포인트)·말레이시아(0.24%포인트) 등으로 수출 비중은 더 늘었다. 특히 지난해 1~5월 수출 비중이 3.57%에 불과하던 대만으로 수출은 올해 5.85%까지 확대했다. 수출액도 99억 달러에서 161억 달러로 62.5% 늘었다. 10년 전(2015년)만해도 한국의 8번째 수출 시장이던 대만은 지난해 5번째에 이어, 올해 4대 시장으로 올라섰다.
대만으로의 수출 증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대만으로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1~5월 50억 달러 수준(MTI 3단위 기준)에서 올해 110억 달러로 117.5% 증가했다. 장 원장은 “한국에서 HBM 등 반도체를 보내면 대만에서 AI(인공지능) 가속기 등을 만들어 미국 등에 납품하는 구조”라며 “대만으로 수출 품목은 반도체·장비 등에 한정됐지만, 상호 보완관계에 있어 대만으로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수출 품목별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반도체 집중이 더욱 심화한 양상이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한 비중은 지난해 1~5월 18.86%에서 올해 21.20%로 2.34%포인트 확대했다. 메모리 고정가격 상승, HBM·DDR5 등 고부가 반도체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서다.
대신 자동차는 올해 1~5월 10.92% 비중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10%)보다 0.18%포인트 줄었다. 미국의 품목관세(25%) 부과와 지난 3월부터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 생산 공장(HMGMA)에서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대미 수출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한국의 3대 수출품목인 석유제품은 지난 1년간 수출 비중이 1.70%포인트(8.20→6.50%) 감소했지만 선박은 0.48%포인트(3.68→4.16%)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