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힘들다며 사표를 제출한 직원에게 휴식하라는 지시를 해놓고 며칠 뒤 해고를 통보했다면 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준영)는 최근 주식회사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원고 A사는 근로자 40명 규모로 액세서리 유통업 등을 경영하는 법인이며, 피고보조참가인 B씨는 MD(머천다이저)로 A사에서 영업 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B씨는 지난 2023년 3월 13일 A사 대표에게 '팀장·대리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이유 없이 따돌림을 당해 힘들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대표 C씨는 "어떤 말인지 알겠으며, 여러 각도로 고민해 빠른 시일 내 좋은 방법을 찾아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다음날인 14일 B씨는 대표 C씨에게 서명하지 않은 사직서를 전송하며 "참아보려 했지만 더 이상 사무실에 남아있으면 안될 것 같아 인수인계 파일 남긴 뒤 사무실을 나가겠다"고 했다.
같은날 오후 C씨는 B씨와 통화하며 "향후 MD 개편을 할 참"이라며 "차근차근 풀어나갈 테니 조금 휴식을 취해라, 부장을 통해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B씨는 15~16일에도 부장을 포함한 다른 직원과 업무와 관련한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같은달 17일 부장은 B씨에게 전화해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가 여의치 않아 근로가 어렵게 됐다"며 해고를 통보했다.
이에 B씨는 해고 통보 과정에서 A사가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는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와 중노위에 구제를 신청했다.
지노위에 이어 중노위까지 B씨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을 하자, A사는 이에 불복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B씨로부터 2023년 3월 14일에 사직서를 제출받아 17일 이를 수리한 것이므로, 근로계약이 합의에 의해 종료됐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B씨의 사직서 제출 행위는 확정적 의사표시가 아니라며 중노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씨의 사직서 제출 경위와 '이사로부터 B씨가 월요일(20일)에 다시 출근할 것이란 말을 들었다'는 진술서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사직서는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시키겠단 확정적 의사표시가 아니라 자신이 겪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사직을 하겠다는 의사표시"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는 근로계약 합의해지의 청약에 해당하고, 그 후 B씨는 대표 C씨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조치를 취할 것이란 말을 듣고 사직 의사표시를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A사와 부장 등은 해고를 통보했고, 이 과정에서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는 근로기준법 제27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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