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민감(敏感) 중국어] 홍루몽

2026-01-02

한국에서 ‘환단고기’라는 위서가 논란이라면 중국에서는 4대 소설 중 으뜸으로 꼽히는 ‘홍루몽(紅樓夢)’이 뜨거운 감자다. 더우인(抖音, 중국판 틱톡) 아이디 ‘츠과멍주(吃瓜蒙主)’를 쓰는 인플루언서가 논란의 불길을 댕겼다. 애정 소설이 아닌 정치 서적으로 풀이했다. 멸망한 명(明)을 추모하며 청(清) 때문에 흘린 피와 눈물의 기록이라고 주장한다.

근거도 있다. 소설 속 영국부(榮國府)의 가(賈)씨 가문 세 자녀 이름은 가주(賈珠)·가원춘(賈元春)·가보옥(賈寶玉)이다. 가보옥은 아명(兒名)으로 본명은 가장(賈璋)이다. 셋의 이름을 모으면 명 태조 주원장(朱元璋)이 된다. 또 있다. 여주인공 임대옥(林黛玉)이 명 마지막 황제 숭정(崇禎)이라고 주장한다. 소설 속 대옥은 눈물이 잦다. 눈병을 앓았던 숭정이 모티브라고 한다.

츠과멍주의 영상은 유튜브로도 퍼진다. 그의 홍루몽 세계관을 담은 시구와 함께다. “양저우(揚州) 10일의 도륙은 참혹했고, 자딩(嘉定)의 세 차례 학살에 귀신도 통곡했다”며 1645년 만주족이 강남 일대에서 자행한 한족 대학살을 비난했다.

홍루몽을 다루는 홍학(紅學)은 크게 두 파로 나뉜다. 저자 조설근(曹雪芹, 1715~1763)의 자전소설로 보는 자전파(自傳派)와 숨은 뜻을 파헤쳐 주석을 다는 색은파(索隱派)다. 츠과멍주는 21세기 색은파의 장문(掌門)인 셈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초 “몽원(蒙元)과 만청(滿清)은 중화민족의 정통인가”를 물었다. 청이 세워진 1644년 이후 만주족이 통치한 300여년은 식민통치였다는 ‘1644년 사관(史觀)’으로 발전했다. 명·청 교체 후 조선이 주장했던 ‘소중화론’과 다르지 않다.

분열을 걱정한 당국은 반격했다. 12월 17일 저장성 선전부가 1644 사관을 비판했다. 국가 싱크탱크까지 나섰다. 기관지 중국사회과학원보는 같은 달 26일 자 1면에 ‘역사의 허상을 폭로하고 정확한 중화민족 역사관을 수립하자-전문학자의 1644 사관 비판’을 실었다. “서구의 신식민주의 사조가 민족과 국경문제를 빌미 삼아 다른 나라의 내정을 간섭한다”며 “1644 사관은 문화 침략 수단”이라 주장했다.

다만 당국은 츠과멍주의 더우인 계정을 폭파하지 않았다. 친정부 성향의 두 편은 남겼다. 하루 10만 명꼴로 팔로워가 늘고 있다. 1840년 아편전쟁 역사 분기론을 흔들며 홍루몽 논란이 해를 넘겼다. 홍루몽의 비밀코드는 이것을 노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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