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 멈출까"···'내부출신 수장 無' 산업은행 인사 시선 집중

2025-07-23

산업은행은 강석훈 전 회장이 지난달 초 임기를 마치고 떠난 이후 지금까지 수장 공백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그간 산은 수장들이 임명될 때마다 새 정권의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돼 온 만큼 이번에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강석훈 전 회장이 지난 6월 5일 임기를 3년 마치고 퇴임한 이후 수장 자리가 비어있다. 현재는 김복규 수석부행장이 후임 회장이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산업은행 수장의 임명 제청권은 상위 감독 기관인 금융위원회가 가지고 있다. 금융위원장이 임명을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현재 금융위가 산하 기관인 금융감독원과의 조직개편 논의로 혼란을 겪고 있어 산은 수장 인선도 지연되는 모습이다.

수장 공백 상태가 길어지자 산은 안팎에서는 또다시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강 전 회장을 비롯해 역대 산은 수장들은 대부분 '코드 인사' 논란을 빚어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 산은지주회장 겸 산업은행장을 맡은 강만수 전 회장은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당시 금융권 '4대 천황'으로 불린 바 있다. 임명 당시에는 대통령 경제특보로 보은 인사를 받았다며 노조로부터 '밀실인사' 비판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 때 수장을 맡은 홍기택 전 회장은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 출신으로 꼽힌다. 이후에는 박 대통령 후보지지 선언을 주도했던 이동걸 전 회장이 수장 자리를 짧게 맡았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대통령 경제교사'라고 불린 이동걸 전 회장이 수장에 올랐다. 노조는 당시 그를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반대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권이 임명한 강석훈 전 회장은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정무실장과 정책특보를 맡았다. 사실상 금융 실무보다는 정치와 관료 경력이 더 길어 코드 인사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산은은 국책은행 가운데서도 특히 낙하산 인사 논란의 중심에 위치해왔다. 수장 자리에 내부 출신이 앉은 전례가 없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부에서 내려와 논란을 더했다.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또한 코드인사 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두 곳 모두 내부 출신 행장이 조직을 이끌기도 했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역대 다섯 번째 내부 출신 행장이며 곧 임기를 마치는 윤희성 수출입은행장은 사상 첫 내부 출신 행장이다.

산업은행 노조는 차기 수장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 산은지부는 지난달 성명을 통해 "신임 회장은 단기 성과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인물이 아니라 정책금융 특성을 이해하고 산업은행과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며 "산업과 금융에 대한 전문성, 현장과 소통하고 직원 신뢰를 회복할 역량,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직원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책임감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기 산은 수장은 인공지능(AI)·반도체 산업 지원 등 새 정부의 정책금융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과제가 산적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첨단전략산업기금 설치 근거를 담은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이르면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안에는 산업은행에 기금을 설치해 인공지능, 로봇, 반도체, 2차전지 등 전력산업 부문 기업을 집중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재명 정부가 AI·반도체 산업을 강조하는 만큼 차기 수장은 정책금융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내부 출신 인물이 등용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은 그간 정권과 관련된 금융 전문가가 수장으로 오는 게 반복됐었다"며 "내부 출신 가운데 금융 전문성이 높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아는 인물들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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