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출범과 동시에 한중 관계 개선의 기대감이 한껏 고조되면서, 국내 여행·면세업계가 모처럼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2017년 사드(THAAD) 사태 이후 오랜 기간 억눌린 중국인 단체관광이 사실상 전면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과, 정부의 단체관광객 무비자 정책 발표가 맞물리면서 주요 여행·면세 관련 기업의 실적 반등 기대감이 커진 결과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지역 여행업계는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려왔다. 지난해에는 비상계엄 사태, 제주항공 참사 등 대형 악재가 이어지며, 영업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버거운 국면이었다. 여행사들은 직원 감축, 사무실 축소, 대출로 연명하며, '제2의 코로나'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만큼 혹독한 구조조정의 시기를 보냈다. 자유여행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패키지 중심의 전통 여행사들은 송출객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한숨이 깊었다.
올해 1분기에도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분기 내국인 출국자 수는 78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했지만,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주요 여행사의 해외 패키지 송출객은 각각 4~23% 줄었다. 자유여행 선호가 뚜렷해진 데다, 온라인 여행사(OTA)와의 경쟁이 격화되며 전통 여행사의 패키지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탓이다.
실제 하나투어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6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도 43.2% 줄었다. 모두투어 역시 매출이 17.3% 줄었다. 수익성은 일부 개선됐지만, 외형 성장과 패키지 모객 감소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 교체와 함께 한중 관계 개선의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직후 중국 내 주요 언론과 포털에서는 대선 결과를 집중적으로 조명했고, 현지 SNS에서는 양국 교류 정상화와 한한령(限韓令) 해제 기대감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실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류 콘텐츠 규제 완화 의지를 피력하고, 하반기에는 한중 정상회담 및 APEC 경주 개최 등 굵직한 외교 이벤트가 예정돼 있어 양국 관광 교류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3분기 중 전담여행사가 모집한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한시적 무비자 입국 허용 정책을 발표했다. 단체관광의 '게임 체인저'가 될 이 조치는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9년 만에 최대 폭의 교류 확대 신호로 해석된다. 실제로 최근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빠르게 증가세로 돌아섰다. 실제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올해 1분기만 44만명을 기록, 코로나19 이전에 기록했던 600만명대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관광공사와 한국은행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100만 명 증가 시 국내 GDP가 0.08%p(2조400억원) 오를 것"이라고 분석한다. 면세·호텔·카지노 등 연관 업종까지 파급 효과가 미치기 때문이다.
중국 단체관광 재개는 면세·호텔·카지노 등 관광 연관 업종에도 직접적인 수혜를 안길 전망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1분기 전국 면세점 매출은 약 1조845억원, 이용객은 226만명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최근 중국인 입국자가 반등세로 전환하며 업계 전반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현대백화점 등은 최근 '다이궁'(중국 보따리상) 거래 비중을 줄이고, 직구·개별관광객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7개 분기 만에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고, 신세계·현대 역시 시내점 구조조정, 인력 감축 등 체질개선 효과가 하반기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
호텔업계도 마찬가지다. 서울·제주·부산 주요 특급호텔과 카지노업체들은 중국 단체관광 수요에 맞춘 서비스 강화, 고급 패키지 상품 출시 등 신규 수요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제주드림타워 카지노 등은 주가가 연초 대비 40% 이상 오르는 등 유커(중국 관광객) 특수 기대감이 증시에까지 반영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본격적인 회복이 단순히 일시적 반등에 그치지 않고, 업계 전반의 체질 개선과 질적 성장을 이끌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정부 정책과 맞물려 여행·면세·호텔업계가 구조적 혁신에 속도를 낸다면, 코로나19와 각종 악재로 얼어붙었던 시장이 본격적인 정상화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