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어린 사과

2024-09-24

학교 내외에서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폭력행위가 발생하게 되면 학교에서 진상을 조사하고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화해를 추진한다. 학교에서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고 피해학생과 학부모가 시군교육청에 설치되어 있는 학교폭력대책위원회의 개최를 요청하면 학교폭력대책위원회로 사건이 넘어가 그곳에서 심의를 진행하게 되고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에게 조치를 내리게 된다.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심의하다 보면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진술이 서로 엇갈리는 지점이 있다. 그것은 학교폭력이 발생한 이후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에게 사과를 하였느냐의 여부다. 피해학생은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가해학생은 사과하였다고 진술한다. 서로간 이러한 입장차가 나는 이유는 가해학생이 한 사과가 ‘형식적인 사과’였는지 ‘진심 어린 사과’였는지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피해학생은 가해학생이 한 사과는 ‘형식적인 사과’에 불과했기 때문에 사과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가해학생은 피해학생에게 사과했으니 사과를 한 것은 맞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학교폭력이 발생하였을 때 사과를 어떻게 해야 ‘진심 어린 사과’인지 대한 교육이 학교나 사회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가 ‘진심 어린 사과’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사과를 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기에 심리적으로 어렵지만, 올바르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도 어렵다.

일본의 경영 컨설턴트이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마스자와 류타는 자신의 저서 <내 사과가 그렇게 변명 같나요?>에서 “상황 파악부터 사과 대응의 처음과 종료시점까지 모든 과정과 구성을 살펴보고, 타이밍도 살펴가면서 실행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정신적 컨디션까지 관리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총력전, 그것이 바로 사과입니다”라고 사과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저명한 기독교 상담가인 게리 채프먼 박사와 제니퍼 토머스는 자신들의 저서 <5가지 사과의 언어>에서 ‘진심 어린 사과’의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사과 내용이 상세할수록 더 좋다고 한다. 자신으로 인해 상대방이 불편해하는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한다면 자신의 진심이 더욱 확실하게 전해진다.

첫 번째 사과의 언어는 유감을 표명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미안합니다’라는 말로 피해자에게 깊은 상처를 준 것에 대한 죄책감과 고통을 표현하는 유감을 표명하는 것이다. 인간관계 전문가 해리엇 러너는 <당신, 왜 사과하지 않나요?>에서 “미안합니다는 가장 강력한 치유의 언어입니다. 진심 어린 사과에서 나오는 이 말은 상처를 입은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니까요”라고 말한다. 채프먼 박사는 ‘미안해요’ 말 다음에 ‘하지만 어쩌고 해서 그랬어’, ‘그런데 어쩌고 해서 그럴 수밖에 없었어’, ‘만약 그랬다면, 사과할게’, ‘실수가 있었습니다’ 등과 같은 자기변명이나 자신을 정당화 말은 절대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 듣는 사람의 기분을 풀어주기는커녕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상처를 더 깊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사과의 언어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내가 잘못했어요”라고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대개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자존심과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지만,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 자신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대방의 마음을 열어주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세 번째 사과의 언어는 보상을 말해야 한다.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입으로 하는 사과는 미흡할 수 있으니 상대방의 마음을 풀어줄 수 있는 방법이 보상이라면 보상도 생각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네 번째 사과의 언어는 재발 방지 약속하기다. ‘다시는 안 그럴께요’와 같이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다. 이 말은 상대방에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 경우에도 “앞으로는 감정을 조절하고 더 신중하게 행동하겠습니다.”와 같은 구체적인 약속을 포함하는 것이 좋다.

다섯 번째 언어는 용서를 요청하면서 사과의 진정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저를 용서해 줄래요?’ 라고 용서를 요청하면서 ‘다시 한번 저의 잘못에 대해 깊이 사과드리며, 저의 진심이 전해지기를 바랍니다’와 같이 사과의 진정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미국의 리더십 코치인 마셜 골드스미스는 “사과는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신비한 마술이고, 치료법이며, 회복의 힘을 지닌 행위”라고 말한다. 사과는 과거를 정리하고, 시선을 미래로 향하게 도와준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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