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외 제재와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체제 자신감과 내부 결속을 강조했다. 자력으로 '사회주의 낙원'을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내세우며 외부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일(10월 10일)을 하루 앞둔 9일 저녁 평양 능라도 5월1일경기장에서 경축대회를 열고 연설했다.
김 위원장은 "1990년대의 세계적인 대정치동란 속에서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고수해야 하였고, 새 세기에는 미제의 가증되는 핵전쟁 위협에 대처하여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시키면서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도약기를 열어야 했다"며 노동당 창건 이후의 역정을 평가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이렇게 외부세력의 상시적이고 집요한 압력과 간섭, 침략 위협이 가증되는 속에서 수호와 건설의 어렵고 방대한 과업들을 동시에 수행해야 했던 예는 세계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이 장장 80성상에 단 한 번의 노선상 착오나 오류도 없었다"며 성과를 자평했다.
그는 "오늘도 적수국들의 흉포한 정치군사적 압력 책동에 초강경으로 맞서나가고 있다"면서 "사회주의 역량의 충실한 일원, 자주와 정의의 굳건한 보루로서의 우리 공화국의 국제적 권위는 날로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지금과 같은 기세로 몇 해 동안 잘 투쟁하면 얼마든지 우리 손으로 우리 생활을 눈에 띄게 개변할 수 있다"며 "반드시 이 나라를 더욱 풍요하고 아름답게 가꾸고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사회주의 낙원으로 일떠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경축대회는 불꽃놀이로 시작해 대집단체조(매스게임)와 예술공연 '조선노동당 만세'로 이어졌다. 북한이 집단체조를 선보인 것은 2020년 당 창건일 공연 '위대한 향도' 이후 5년 만이다.
행사에는 중국 리창 국무원 총리,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겸 통합러시아당 의장, 베트남공산당 또 럼 서기장 등 외빈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리 총리, 럼 서기장, 메드베데프 부의장 순으로 악수하며 귀빈을 영접했다. 최고지도자는 럼 서기장이지만, 중국 대표단을 먼저 맞이해 중국을 우선 예우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석단에는 김 위원장 왼쪽에 럼 서기장이, 오른쪽에는 리 총리가 자리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럼 서기장 왼편, 박태성 내각 총리는 리 총리 오른편에 착석했다. 김 위원장은 9일 럼 서기장과 정상회담을, 리 총리와는 별도의 회동을 가졌지만 메드베데프 부의장을 따로 접견했다는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는 김 위원장이 메드베데프 부의장과 활짝 웃으며 손을 맞잡거나 포옹하는 모습이 담겼다.
경축행사와 귀빈 영접 과정에서는 리설주 여사와 딸 주애의 모습은 공개되지 않았다. 노동신문은 이날 12면을 모두 당 창건 80주년 관련 기사로 채웠으며, 럼 서기장과의 정상회담은 5∼6면, 리 총리 접견은 6∼7면에 각각 배치했다. 한편 열병식은 10일 중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