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에 불지른, 역류성 식도염

2025-11-22

업무의 특성 때문에 저녁 술자리가 잦은 직장인 오모씨(50)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위 내시경 검사를 받은 뒤 의사에게서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소견을 들었다. 위와 맞닿아 있는 식도 주변의 점막에서 손상을 입은 양상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덧붙여 언급된 속쓰림과 신물이 역류하는 증상, 목이 간질거려 기침이 나오고 목소리가 쉰 듯 변한 것도 모두 오씨가 줄곧 겪던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었다. 오씨는 “저녁 늦게까지 술과 안주를 먹고 귀가한 뒤 곧바로 눕는 버릇이 역류성 식도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거란 말을 들었다”며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식도암으로 진행될 위험까지 높아진다고 하니 조심해야겠다”고 말했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이나 소화액이 식도로 역류해 식도 점막에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위와 식도의 경계를 지키는 하부식도괄약근이 위산 역류를 막지만, 이곳의 기능이 약해질 경우 강한 산성을 띤 위산이 식도를 자극하게 된다. 위산 역류가 지속적으로 되풀이되면 자극에 노출된 점막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하게 손상되고 염증이 발생하면서 만성적인 불편감을 일으킨다. 하부식도괄약근이 약해지는 현상은 노화와 함께 나타나기도 하지만, 잘못된 생활습관이 가장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역류한 위산이 식도에 손상 일으키는 질환

목 이물감·기침·쉰 목소리·가슴 통증 동반

야식·술·흡연·수면 부족·스트레스 등 원인

치료 시기 놓치면 식도암 등 진행 위험 커져

“절주·금연 등 생활습관 교정이 가장 중요”

위장 내부의 압력을 높여 역류가 쉽게 일어나도록 만드는 식습관으로는 야식과 과식, 기름진 음식 섭취를 들 수 있다. 또한 커피와 술, 탄산음료 등도 위산 분비를 촉진하고 괄약근을 이완시켜 역류 위험을 높이며, 흡연 역시 같은 작용을 한다. 김승한 고려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현대인에게 흔한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도 위장 운동을 저하시켜 증상을 악화한다”면서 “결국 역류성 식도염은 단순한 위장 질환이 아니라 생활습관과 밀접한 현대인의 병으로, 관리와 예방을 위해선 일상에서 습관을 잘 살피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 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인 가슴이 타는 듯한 속쓰림, 목과 입으로 들어오는 신물 역류는 단순한 소화불량 때문이라고 오인하기 쉽다. 하지만 장기간 방치할 경우 만성 식도염이나 식도 협착, 식도암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역류성 식도염은 목의 이물감과 잦은 기침과 트림, 쉰 목소리 등 식도 주변의 기관까지 자극받아 생기는 다양한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식도가 지나는 가슴 주변의 통증 때문에 심장질환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부터 단번에 심각한 상태로 진행되는 사례는 드물지만 증상이 불규칙하거나 경미해 소화불량으로만 여기거나 다른 부위의 질환으로 착각해 진료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많다.

지난해 국내에서 역류성 식도염을 포함한 넓은 범위의 위식도 역류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474만2835명에 달했다. 성별로는 여성이 57.6%, 남성이 42.4%로 여성 환자 비율이 다소 높았다. 연령별로는 60대(22.2%) 환자가 가장 많았고, 이를 전후한 50대(19.4%), 70대(13.3%) 순으로 집계돼 중년을 지나 노년기까지 이 질환으로 불편을 겪는 환자들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증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손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할수록 더 쉽게 호전될 수 있다. 내시경 검사를 하면 식도 점막이 어느 정도 손상됐는지 직접 확인 가능하다. 필요한 경우 식도의 산성도 및 내압 검사 등으로 역류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고 괄약근 기능은 양호한지를 평가할 수 있다. 식도 점막이 반복적으로 위산에 자극을 받아 세포 형태가 변형되는 ‘바렛식도’가 발생하면 향후 식도암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으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치료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생활습관 개선이다. 과식과 야식처럼 위산 역류가 쉽게 일어나게 하는 식습관은 피해야 한다. 식사 후엔 30분 정도 가벼운 산책을 통해 소화를 촉진시키면 효과적이며, 바로 눕지 말고 적어도 2~3시간 지난 뒤에 누워야 한다. 증상이 심해 수면이 방해받을 정도라면 상체를 15~20도 정도 높인 자세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체중을 줄이고, 금연·절주를 실천하는 것도 증상 완화에 필수적이다. 배세련 이대목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열량이 높고 기름진 음식은 소화를 더디게 만들어 그 과정에서 위장에 부담을 준다”며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도 위벽을 자극해 위산 분비를 촉진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약물치료는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프로톤펌프억제제’가 가장 널리 사용되며, 최근에는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 사용도 늘고 있다. 위산을 중화하는 제산제, 위장 운동 촉진제 등이 함께 쓰이기도 한다. 대부분의 환자는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정도로도 호전되지만, 일부 중증 환자나 약물에 반응이 없는 경우에는 내시경적 시술이나 항역류 수술까지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역류한 위산이 호흡기를 자극해 일으키는 만성 기침과 기관지염, 후두염 등의 증상도 심할 경우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므로 증상 완화를 위한 약을 처방할 수 있다.

증상이 호전되기도 쉽지만 생활습관이 흐트러지는 등의 이유로 재발도 잦은 질환이므로 그때그때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배세련 교수는 “증상이 반복되거나 생활습관 교정으로도 호전되지 않을 경우 병원을 방문해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합병증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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