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풍’ 민주주의

2025-04-03

지브리 열풍과 관련해선 이미 여러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한마디 보태보려 한다. 챗GPT가 그려주는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들 말이다. 지브리(Ghibli)는 원래 사하라 사막에 부는 ‘열풍’을 뜻하는 이탈리아 말이다. 대중들에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만든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더 유명하다.

챗GPT엔 이미지 변화가 가능한 여러 화풍이 있다. 그런데도 이른바 ‘지브리풍’이 그 이름 뜻 그대로 유별난 ‘열풍’을 일으키는 건 왜일까. 때 묻은 어른의 세계는 감히 탐할 수 없는 순수함이 지브리의 독보적인 화풍에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브리 열풍을 둘러싼 가장 뜨거운 이슈는 물론 저작권 문제겠지만, 워싱턴에서 취재하는 입장에선 좀 다른 측면에서 이 현상을 바라보게 됐다. 소셜미디어 계정에 오르내리고 있는 트럼프를 지브리풍으로 바꾼 이미지들 덕분이다.

일례로 ‘지브리풍’ 트럼프는 세상 순수한 얼굴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미소 짓고 있다. 역시 독재자 특유의 표독스러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지브리풍’ 푸틴은 아이 같은 표정으로 트럼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강대국들이 광물과 영토를 노리며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있는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기이한 순수함이다.

민주주의를 ‘지브리풍’으로 그려본다면 이런 이상적인 이미지일까. 아닌 게 아니라, 현실 세계 속 트럼프식 정치와 행정은 ‘순수’ 민주주의와는 서먹한 사이처럼 보인다. 순수보단 ‘술수’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이를테면 특정 이념(반유대주의)에 치우쳤다며 유수한 대학들의 정부 보조금을 끊어버리고, 대통령직 ‘3선 도전’이란 반헌법적 발상을 공공연하게 입에 올리는 식이다.

민주주의는 시민이 주권자인 세상을 꿈꾸는 순수함이 빚어낸 정치체제다. 표현의 자유와 헌법 수호는 그 근간이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몇몇 공화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그런 민주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단 비판에 직면해 있다.

오늘(4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를 가린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계엄 포고령이 헌법을 위반했는지가 주요 쟁점 중 하나다. 트럼프 2기를 안간힘으로 버텨내고 있는 미국의 민주주의자들도 ‘지브리풍’의 순수한 눈망울로 한국 헌재의 결정을 지켜볼 것이다.

순진함이 어린 시절 타고난 본능이라면, 순수함은 어떤 비뚤어진 사태에도 때 묻지 않으려는 안간힘이다. 그런 안간힘이 민주주의를 비롯한 모든 순수한 가치들을 지켜낸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