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문에 고생”…몇 주째 금주 중이라는 尹, 왜 불쑥 등장했나

2025-01-08

“술은 몇주째 입에도 안 대고 있다. 또렷하게 현재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측 인사는 최근 윤 대통령의 근황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대통령실 참모들도 8일 “생각보다 의연히 버티고 있다. ‘나 때문에 고생이 많다’는 말을 전하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한달째 관저에 칩거 중인 윤 대통령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경찰 특공대와 헬기 투입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도 “평상시와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결연하다”는 것이 공통된 전언이었다. 반면 김건희 여사는 건강이 크게 악화된 상태라고 한다.

이날 오마이뉴스 TV 영상에 포착된 윤 대통령의 관저 내 모습도 이를 뒷받침했다. 영상 내 윤 대통령은 오후 12시 53분쯤 점퍼를 입은 편안한 복장으로, 경호처 관계자로 보이는 남성 3~4명과 관저 입구로 내려와 주변을 둘러보며 지시를 하는 듯 손짓을 했다. 윤 대통령이 둘러본 곳은 지난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경호처가 인간 스크럼을 짜며 3차 저지선을 구축했던 곳이다. 정치권에선 “야당이 도피설을 제기하자, 보란 듯 자신을 노출해 건재함을 드러낸 것”이란 말이 나왔다. 탄핵소추 이후 윤 대통령의 모습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도 8일 기자간담회에서 “도피설은 거짓 선동이다. 어제도 관저에서 대통령을 뵈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 인사들은 윤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을 두고 수사기관과 경호처 사이의 무장 충돌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윤 변호사도 “공수처가 기소하거나, 적법한 관할 법원에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법원 재판엔 응하겠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입장”이라며 “무효인 체포영장 수사는 응할 수 없지만, 공무원이 희생되는 건 막아야 하니까 한발 물러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내란 수사는 불법이라 규정해왔다.

이날 변호인단의 제안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체포영장 집행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고려한 대응이란 해석도 나왔다. 최 대행은 8일 오후 주요 현안 해법 회의를 주재하며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간곡히 말씀드린다. 어떠한 경우에도 시민들의 부상이나 정부기관 간 물리적 충돌이 절대 없도록 만전을 기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 대행은 공수처와 대통령 사이의 업무 협의를 금지한 공수처법 3조 3항을 비롯한 여러 법적 쟁점을 거론하며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직접 관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보수층이 결집하며, 자신에 대한 지지율이 오르는 점에 대해서도 고무된 상태라고 한다. 윤 대통령 측은 변호인단에 합류한 보수 유튜버 출신 도태우 변호사와 최진웅 전 국정메시지 비서관 등을 통해 언론 대응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차벽과 철조망으로 관저를 요새화하며 체포영장에 응하지 않은 윤 대통령의 모습 자체가 “법치주의에 위반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법원 영장에 시시비비를 거는 일이 흔한가’라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사법절차 내에서 다투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이뤄진 재판 결과에 일단 승복하는 게 법치주의를 지탱하는 근본 동인”이라며 윤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조직부총장도 8일 CBS라디오에서 “지지층 뒤에 숨거나 반등하는 여론에 힘입어 버티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기보다, 자진 출두를 해 직접 조사를 받거나, 항변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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