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장세동의 의리와 차지철의 비극 사이에 선 박종준 경호처장-정국을 보는 ‘새의 눈’⑦
박종준(60) 대통령경호처장에 대한 경찰 최고위간부 출신 K(73)의 회고다. K는 박 처장을 직속 부하로 데리고 일했다. K는 기자에게 “건배사에서 그의 능력과 순발력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욕먹지 않게 처신이 바랐고, 머리가 비상해 일 처리에서 따로 지시할 게 없을 정도로 탁월했다”고 말했다.
박종준 처장이 키맨으로 떠올랐다. 서울 한남동 관저에 칩거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운명은 사실상 그의 손에 달렸다. 대통령 경호 책임자가 정치적 사건의 전면에 등장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는 군부 독재 시절 이후 처음이다.
박 처장은 지난 3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의 시도를 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그를 공무집행을 막은 혐의로 현행범으로 긴급체포하려 했지만 불발됐다. 박 처장이 언제까지 버틸지는 미지수다. 그를 흔드는 잠복 변수는 많다.
한남동에는 무력 충돌의 날카로운 긴장감이 감돈다. 경호처는 한남동 관저를 차벽과 철조망, 인간띠로 무장한 요새로 구축했다. 공수처·경찰은 경찰특공대를 투입해서라도 2차 영장집행 땐 윤 대통령을 기어코 체포하겠다는 태세다. 대테러부대와 헬기, 중화기, 장갑차를 동원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탁(탄핵 반대)과 친탁(탄핵 찬성)의 극단주의적 시위대도 물리적 마찰을 빚을 수 있다. 경찰과 경호처, 반탁과 찬탁의 유혈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내전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순장이냐 각자도생이냐
박 처장은 두 가지 난제를 놓고 고뇌하고 있을 것이다. 첫 번째 고민은 자신의 거취다. 순장(殉葬)과 각자도생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반역적 충성과 정의로운 배신의 갈림길이다.
박 차장은 능력 있는 야심가라고 할 수 있다. 박 처장이 지나온 과거는 설명한다. K의 평가는 크게 틀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