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야말로 세상에 이런 일이. 이렇게까지 성공할 줄은 미술관 내부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다. 94일간 총 관람객 53만3035명, 일 평균 5671명, 최고 10,059명 관람으로 최단 기간 역대 최다 관람객을 동원한 자타공인 2025년 최고의 화제 전시《론 뮤익》. 미술관 신규 회원 가입자수 약 4.5배 증가, 미술관 소셜미디어 론 뮤익 게시물 노출 326만 건, 오디오가이드 24만회 조회 등 100일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마치 휘몰아치듯 엄청난 성과를 거둔 셈이다. 그리하여 지금도 종종 질문을 받는다. 도대체 론 뮤익 53만 명의 성과가 국립현대미술관과 우리 미술계에 남긴 것이 무엇이냐고.
한마디로, 전시 감상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린 점이 아닐까 한다. ‘미술 전시’라 하면 모네, 고흐, 피카소와 같은 19~20세기 ‘명화’ 전시만 떠올렸던 미술 초심자들에게 론 뮤익과 같이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21세기 컨템포러리 작가들을 찾아보고, 이후 또 어떤 작가들이 있을지 발견하는 흥미진진한 미술의 매력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론 뮤익 전시 성공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작은 인간 보편의 모습을 담은 극사실주의 조각이었다. 미술관에서 직접 만나는 론 뮤익의 작품은 상상을 뛰어넘는 스케일, 코털 한 올 한 올 정교한 디테일로 관람객을 압도했다. 그리고 사람들로 빽빽한 전시장에서도 다함께 ‘멍을 때리며’ 봤다는, 흡사 수도사 같은 작가의 작업 과정 영상까지 더해 ‘꼭 봐야할 전시’로서 제대로 입소문을 탄 것이다.
론 뮤익은 평생 작업한 작품 수가 채 50점이 안 되는 작가다 보니 기획 단계에서부터 작가와 미술관이 함께 작품을 엄선하고, 여러 기관에 흩어진 작품들을 어렵게 대여했다. 작가의 마스터피스이자 해골 100개로 이뤄진 작품 ‘매스(Mass)’를 서울관의 14m 높이 공간에 맞춰 핵심 이미지로 쌓아올린 것 또한 스토리텔링으로 작동했다. 작품 간의 거리와 순서를 설계하고, 조명의 조도를 맞추고, 감동을 자아내도록 오디오가이드를 세심하게 제작하고. 단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전시장을 운영하는 등 전시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미술관은 보이지 않는 공을 들였고, 이 모든 노력이 마침내 큰 공감을 얻어낸 것이라 자부한다.
전시관람 경험에 대한 눈높이를 한층 끌어올렸으니 미술관의 어깨는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내년 봄 3월에는 데미안 허스트의 아시아 최대 규모 회고전을 앞두고 있다. ‘53만’이라는 숫자를 넘어 어떤 화제의 전시로 기록될 수 있을까. “넷플릭스 그 영화 보셨어요?” 보다 “데미안 허스트 전시 보셨어요?”라고 묻는, 그야말로 미술의 시대가 곧 올지도 모르겠다. / 윤승연 국립현대미술관 홍보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