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시골 의사의 눈으로 본 대한민국 의료정책과 의대 증원의 모순

2025-01-26

필자는 사람들이 소위 “시골”이라고 얘기하는 읍 소재지에서 처음 개원해서 지금까지 16년간 같은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해 오고 있는 의사이다.

그동안 시골에서 의료를 제공해온 의사의 입장에서 지켜본 현 의료정책과 최근 논의되고 있는 의대 증원 방안의 문제점에 대해서 얘기해 보고자 한다.

대한민국의 의료 체계는 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제공하며, 국민의 접근성도 뛰어난 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체계는 겉으로 보이는 빛과 달리 그 이면에는 도시와 농어촌 간의 의료 접근성 격차, 의료진의 과도한 집중화, 그리고 의료 정책의 근본적인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

첫째, 현재의 의료정책은 도시와 농어촌 간 의료 접근성의 격차를 실질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 서비스의 공공성을 강조하면서도 지역 의료 인프라의 부족과 의료 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시골 병원에서는 의사가 부족해 환자를 돌보지 못하거나, 시설과 장비가 열악해 환자가 도시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는 단순히 의대 정원 문제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 지역 의료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구조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둘째, 의대 증원 정책은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단순히 숫자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에 그치고 있다.

의사 수의 증가는 의료진 부족 문제를 일부 완화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해답은 아니다.

신입 의사들은 주로 대도시나 상급 병원에서 근무하려는 경향이 강하며, 이는 지역 의료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도시의 의료진 과잉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또한 증원된 의대생을 효과적으로 교육할 인프라와 전문 인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의대 정원 확대는 단순히 문제를 지연시키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셋째, 정부가 의료정책을 추진하는 방식은 일선 의료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는 시골 의사들은 그 누구보다도 의료 정책의 문제점을 체감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 결정의 과정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다 보니 실제로 농어촌 지역에 필요한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실제 대한민국의 의료정책은 지역의료를 전혀 경험해 본 적도 없는 일부 사람들에 의한 탁상행정으로 이루어져 왔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는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의료 인프라의 지역 균형을 맞추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시골 지역에서 일하는 의료진에게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 시골 지역에 특화된 의대나 의료 교육 과정을 도입하여 해당 지역에서 일할 인재를 양성하는 방법, 도시에 비해 열악한 장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여 의사들이 안심하고 환자를 돌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대한민국 의료정책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이며 단기적인 숫자 늘리기 정책으로는 국민의 건강을 지킬 수 없다.

정부와 의료계는 상호 협력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균형 잡힌 의료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시골 의사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고 그들의 현실적인 요구가 정책에 반영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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