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 언어 습득 천재? 머리 아닌 몸이 배웠다

2025-07-03

언어로 지구 정복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 신견식 옮김

다산북스 | 444쪽 | 1만9800원

“25개 언어를 배우고 현지에서 바로 써먹는 언어 습득 비결.” 책 표지에 적힌 홍보 문구다. 사실일까. 20세기 문학비평의 대가 조지 스타이너는 영어, 독일어, 스웨덴어, 프랑스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고 라틴어와 스페인어를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번역한 한국의 ‘언어 괴물’ 신견식 번역가는 10개 언어를 사전 없이 읽고, 사전의 도움을 받으면 15개 외국어를 해독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낯선 일본 저술가가 25개 언어를 습득했다고?

저자가 머리말에서 미리 밝혔듯, 그는 언어 천재가 아니다. 일본의 오지 탐험가이자 논픽션 작가인 저자는 탐험을 위해 언어를 배운다. 한마디로 ‘서바이벌(생존)’을 위해서다. “한 언어를 몇 년 동안 공부한 적 자체가 거의 없다. 학습 기간은 길어봤자 실제로는 1년, 짧으면 2~3주, 평균하면 몇달쯤 될까.”

책은 1966년생인 저자가 20대 시절 전 세계를 다니며 겪은 일들을 담고 있다. 인도에서 여권과 항공권을 분실하고 영어 말문이 트인 경험을 담은 1장부터 흥미진진하다. 콩고에서 사용하는 링갈라어와 보미타바어를 익히는 과정도 재미있다. 언어와 탐험에 대한 저자의 괴짜 같은 열정이 페이지를 쉼없이 넘기게 만든다.

인공지능(AI)이 통역을 대신하는 시대에 힘들게 어학을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 저자는 통역을 통해 정보는 전달할 수 있지만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번역이나 통역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대화하는 것과 같다. 흥미를 품은 타인과 유리창을 사이에 두지 않고 몸소 닿고 싶다는 마음은 인간의 본능에 뿌리를 두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서로의 심장 박동을 들으려 하는 한 어학은 살아남으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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