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억원. 롯데 구단에도, 팬들에게도 썩 달갑지 않는 숫자다.
롯데가 2023시즌을 앞두고 외부 자유계약선수(FA) 3명을 영입하는데 들인 액수다. 당시 포수 유강남을 4년 80억원, 유격수 노진혁을 4년 50억원에 계약고 투수 한현희를 3+1년 40억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3명 중 2명은 거의 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다. 유강남은 52경기를 뛰는데 그쳤고 노진혁도 73경기를 소화했다.
한현희는 57경기를 뛰었다. 한현희가 60경기 가까이 뛴 건 키움 소속이었던 2019년 61경기에 출전한 이후 5년 만이다.
지난 시즌 한현희의 보직은 따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가 잦았다. 개막 전에는 5선발 자원으로 분류됐다가 불펜 투수로 시즌을 맞이했는데 6월에는 선발로 투입됐다. 다시 구원 계투로 돌아간 한현희는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인 9월27일 NC전에서는 또 선발로 나섰다. 김태형 롯데 감독도 “한현희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한현희의 지난 시즌 성적은 57경기 76.1이닝 45실점(44자책) 평균자책 5.19였다. 썩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기록만 가지고 한현희가 부진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
이번 시즌에도 한현희는 자신의 보직을 정해두지 않고 개막 준비에 전념하고 있다. 한현희에게 2025시즌은 더욱 중요하다. FA계약 당시 3+1년이라는 조건에 도장을 찍었기 때문이다. 한현희가 3시즌동안 구단이 설정한 개인 성적을 달성할 경우 2026년에 옵트아웃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된다. 구단의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현희로서는 2025시즌 팀이 바라는 요건을 충족해야만한다.
일단 선발 후보로서 이름은 올려둔 상태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달 24일 1차 스프링캠프지인 대만으로 떠나면서 5선발 후보로 나균안, 한현희, 박진 등을 꼽았다.
한현희는 “모든 투수들이 그렇듯 선발 욕심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일단 지금은 스프링캠프에서 잘 던질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어떤 보직을 맡든 한 시즌 내내 1군 마운드를 지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현희는 비시즌 동안 체력 관리에 집중했다. 그는 “시즌이 끝나고 거의 쉬지도 않고 운동을 해왔다. 체력관리라기보다는 1년을 길게 이어갈 수 있게 루틴을 만들려고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강한 동기부여도 생겼다. 한현희는 스프링캠프에 합류하기 직전 예쁜 딸을 품에 안았다. 그는 “아기가 너무 예쁘고 작고 소중하더라. 캠프지에 온 지 얼마 안됐는데도 벌써 눈에 아른거린다”라며 “아내가 ‘책임지고 아기 잘 키우고 있을테니 캠프 빨리 합류해서 야구 잘 준비해 오라’고 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는 감독, 코치님이 믿고 기용할 수 있는 투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