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게임 사전검열’…“필요성 낮아, 자체등급분류로 충분”

2024-10-31

"사후 규제로 충분히 규제 실효성 확보 가능"

"콘텐츠별 선정성·폭력성 기준 차이 크다"

"게임물등급분류 민간 이양 빠르게 진행돼야"

최근 게임업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게임물 등급 분류와 사전심의 제도에 대해 법정등급분류가 있어야 콘텐츠 통제가 가능하다는 발상은 검열의 발상으로, 자체등급분류 제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법조계 의견이 제기됐다.

정호선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31일 삼성 아셈타워에서 열린 대담회에서 “헌법은 위험성이나 안전성에 관련된 물품과 달리 콘텐츠에 대해선 사전 통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며 “사전 검열은 헌법상 위헌이고 결국 안전을 위해 사전 평가관리 인증을 받는 제품에 대한 규제와 표현의 자유의 일환인 문화 콘텐츠 서비스에 대한 규제 체계는 완전히 분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사전에 통제하지 않아도 사후 규제를 통해 충분히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자체등급분류 제도를 통한 매커니즘이 건강히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어 굳이 법정 등급분류 시스템까지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법정등급분류는 청소년들이 선정성 및 폭력성에 노출되는 것을 사전에 통제한다는 효용도 있으나 사행성 규제 취약점이 여전하고, 선정성과 폭력성에 대한 매체별 차이가 커 폐해가 크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어떤 콘텐츠에서 유통되는지에 따라 동일한 표현이라도 다른 등급 연령을 부여받는 행태는 일관성 측면에서 큰 문제가 있다”며 “게임은 콘텐츠라 창의성이 있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천편일률적인 수익모델의 게임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데 국가로부터 승인받은 게임만 유통이 된다면 사실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엄청난 제약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대담회에서는 게임물 등급분류 권한을 민간으로 속도감있게 이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김종일 화우 게임센터장은 “정부가 발표한 게임산업 종합진흥계획을 보면 민간이양에 대한 계획이 일부 소개돼 있다”며 “제품 성분이 바뀌면 새롭게 안전인증을 받아야 하듯 게임이 수정되면 등급분류절차를 가동해왔는데 이제 이런 사전 통제 방식은 꼭 필요한 영역으로만 제한·축소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와치독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인식을 제공하는 길로 접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랫동안 게임물등급위원을 역임한 이정훈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도 “건전하지 않으면 불법 게임물이 된다. 불법의 판단은 사법부가 해야 하지만 등급분류기관인 게임물등급위원회가 불법 게임물을 판단하고 있다”며 “불법과 등급에 대한 모호성을 없애고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거나, 민간에게 맡기고 신뢰하고 가거나 대안을 빨리 마련해야 결정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게임물 법정등급분류를 두고 수년간 업계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졌으나 본격적으로 논란이 가열된 건 게이머 21만명이 해당 내용이 포함된 게임산업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다.

현행 게임산업법 제32조 2항 3호에 따르면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해 범죄심리 또는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반입해서는 안 된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게임물에 대한 등급분류 업무를 맡는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는 이 조항에 따라 일부 성인용 게임의 유통을 금지해 왔다.

해당 이슈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거론되기도 했다. 서태건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게임산업법 조항이 자의적 판단의 여지가 있다는 우려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상호작용이 게임의 특성이나, 과학적 연구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관련 법안에 대한 헌법소원이 청구된 상태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따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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