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푸른색 고래 로고가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았다. 중국 기업 ‘딥시크(DeepSeek)’가 공개한 인공지능(AI) 모델 ‘알원(R1)’이다. 딥시크 등장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사건이다.
▶미국과 한국 정치권과 주식시장은 깜짝 놀라며 요동쳤지만, 기술 업계에선 ‘다 알고 있던 일’이라는 반응이다.
▶성능면에서 챗GPT 같은 기존 AI 모델들과 맞먹을 만큼 우수하지만, 그렇다고 독보적인 건 아니다.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해 온 엔비디아 입장에선 악재일 수 있지만, 그보다 더 큰 호재가 될 거라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딥시크 등장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should be a wake-up call)”면서 동시에 “긍정적으로 본다(I view that as a positive)”고 평가했다.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를 중심으로 AI 관련주에 관심 많은 투자자들로선 ‘지금 이게 어떤 상황인지’ 헷갈린다.
머니랩이 딥시크 등장이 갖는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앞으로 AI 업계는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고, 이를 투자에 어떻게 활용할지, SK하이닉스·삼성전자·네이버 등은 어떤 영향을 받을지 핵심만 뽑아 ‘딥시크 해설서’를 준비했다. 김주용 NH아문디자산운용 글로벌주식팀 매니저, 김효식 삼성액티브자산운용 팀장, 이상엽 KB자산운용 매니저, 이종욱 삼성증권 테크팀장,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위원, 한종목 미래에셋증권 선임연구원(가나다순) 등 6인의 분야별 전문가가 함께했다.
🐋 딥시크가 시장에 던진 메시지
📂김주용 매니저 : 지난 몇 년간 빅테크들이 쏟아부은 천문학적인 투자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겠네? 그 질문을 던진 중요한 사건이다.
📂이상엽 매니저 : 비용은 낮아지고 성능은 갖춘 ‘AI 대중화’의 포문을 열었다.
📂한종목 연구원 : ‘작지만 강한’ ‘저렴하지만 효율적인’, 공학적으로 AI 최적화의 정수(精髓)를 보여줬다. 실리콘밸리에선 테슬라와 메타 같은 기업이 벌써부터 딥시크 방식을 흡수하려고 한다는 얘기가 들리고,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가 6개월 내로 좁혀졌다는 평가도 있다.
딥시크는 어떻게 ‘가성비 AI’를 만들었나
2023년 5월 설립된 중국의 신생 기업 딥시크는 560만 달러(약 80억원)의 비용으로 2개월 만에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그것도 엔비디아의 최신 칩(GPU·그래픽처리장치)이 아닌 성능이 떨어지는 ‘H800’칩으로 개발에 성공했다. 참고로 미국 오픈AI의 ‘챗GPT-4’ 개발에는 1억 달러(약 1400억원) 이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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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업계와 전문가들은 ‘딥시크-R1’에 실제로 투입된 비용이 5억 달러가 넘고, 엔비디아의 최신형 칩을 썼지만 미국의 수출 규제 때문에 밝히지 못할 뿐이라는 등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다만 전문가들은 ‘비용 절감’ 자체는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AI 모델 개발 비용은 크게 세 가지다.
①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모아 학습시키는 비용
② 수많은 GPU를 구매해 사용하는 비용
③ 엔지니어 인건비를 포함한 장기간에 걸친 연구개발 비용
만약 딥시크가 챗GPT, 라마(메타), 제미나이(구글) 등 기존에 나와 있는 AI 모델들을 활용했다면 ①번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쉽게 말해 챗GPT나 라마가 이미 내놓은 답들을 모아 훈련시키는 것이다.
②번은 ‘혼합 전문가(mixture-of-experts)’ 시스템으로 절약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거대한 모델을 특정 작업과 데이터 유형을 처리하는 데 특화된 여러 개의 하위 모델(전문가)로 나누는 방식이다. AI 전체를 한꺼번에 구동시키는 게 아니라 필요한 부분만 선택해서 작동시키기 때문에 GPU 사용량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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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빅테크들이 수백억원대 연봉을 걸고 인재 영입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딥시크는 창업자이자 알고리즘 개발자인 량원펑(梁文锋)처럼 중국 내부의 뛰어난 인재들을 활용해 인건비를 크게 줄였다는 분석이다.
🐋 딥시크 등장은 글로벌 증시에 부정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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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팀장 : 딥시크 공개 직후 반도체주 등이 하락한 건 그동안 제기됐던 AI 고점론, AI 투자 효용론이 다시 불거졌기 때문이다. 딥시크 하나 때문에 갑자기 생긴 조정이 아니다. 앞으로 클라우드 기업들과 엔비디아 등이 AI로 돈을 벌거나 새로운 신기술을 증명한다면 증시는 다시 힘을 받을 거다.
📂김효식 팀장 : ‘저비용 고기능’ AI 출현은 결과적으로 전체 AI 시장을 빠르게 키우는 역할을 할 거다. 그래서 오히려 긍정적이다. 역사적으로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비용과 가격의 하락은 이를 상쇄하고 남을 만한 수요량(Quantity) 증가로 이어져 왔다.
📂한종목 : AI 분야 개발자와 반도체 업계의 반응을 종합해보면 긍정론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반도체 장비 업계 최강자인 ASML의 최고경영자(CEO) 말을 들어보자. “딥시크의 비용 절감은 좋은 뉴스다. 비용이 낮아지면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에 AI가 쓰일 수 있고, 그건 결국 더 많은 칩(반도체)이 필요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