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쿠텐 골든이글스 외야수 다쓰미 료스케 이야기
[OSEN=백종인 객원기자] 얼마 전이다. 일본의 한 유튜브 채널이 시즌 성적을 예상했다. 연초에 흔히 하는 콘텐트다.
결과는 꽤 상식적이다. (퍼시픽리그) 1위 소프트뱅크, 2위 오릭스, 3위 니폰햄을 A클래스(상위권)로 전망했다. 하위권은 4위 롯데, 5위 라쿠텐, 6위 세이부의 순서로 나열된다. 전반적으로 작년 성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이런 예상을 한 사람’이다. 다름 아닌 다쓰미 료스케(28)다. 현역 선수가 자기 소속 팀인 도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를 버젓이 5위로 예상한 것이다. 이는 2024년 4위보다 한 단계 내려간 순위다.
동영상이 업로드된 채널 이름은 ‘세리찬네루’다. 그의 부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그러니까 현역 선수가 아내의 유튜브에 출연해, “우리 팀은 올해 5위로 부진한 성적을 보일 것”이라고 공언한 셈이다.
팀마다 짤막한 예상 근거도 보탰다. “소프트뱅크는 정상적이라면 우승이 가능하고, 오릭스는 투수진이 좋다.” 그런 식의 평가다. 그런데 정작 라쿠텐 차례에는 입을 다문다. 그냥 “열심히 합시다”라며 얼버무린다.
물론 그럴 수 있다. 자기 팀이라고 무턱대고 “올해는 꼭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외칠 필요는 없다. 때로는 냉정한 현실 인식과 반성도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의 인물이 누구냐에 따라 대중의 평가가 달라진다.
다쓰미 부부의 독특함은 이미 잘 알려졌다.
국제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연말 시상식이다. 특히 골든글러브 수상 때 온통 금칠을 하고 나타나 “팬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라고 파격을 서슴지 않는다. 한국의 여러 매체도 이 사실을 전하며 과거 ‘금종범’을 떠올렸다. mlb.com 역시 이를 화제의 장면으로 꼽았다.
금박 하루 전부터 심상치 않았다. 일본야구기구가 마련한 ‘NPB 어워즈(AWARDS) 2024’ 때였다. 그가 3개 부문 수상자로 뽑혔다. 베스트 나인, 최다안타, 특별상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시상대에 선다. 각각 사무라이(무사), 전국시대의 쇼군(장군), 영국의 연쇄살인마 잭 더 리퍼 분장으로 등장했다.
격식을 갖춘 자리였다. 모두 정장 차림으로 품위를 지키며, 식의 진중함을 유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표현 방식이다. 때문에 당혹감과 어색함을 유발하기도 한다. ‘너무 튀는 것 아닌가’ 하며 찡그리는 사람들도 생긴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팬들의 즐거움을 더해주기 위한 퍼포먼스라고 여길 수도 있다. 문제는 가끔 도를 넘는다는 점이다.
역시 작년 11월에 열린 프리미어 12 때다. 일본과 대만이 결승에서 만났다. 일전을 앞두고, 그의 세 치 혀가 오작동한다. “대만에게 지면, 투수로 전향하겠다”라는 멘트를 공개적으로 날렸다. 일찍이 보기 어려운 무례함과 무도함이다.
그리고 경기 결과는 아시는 바와 같다. 스코어 4-0이었다. 일본은 한 점도 내지 못하고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우승 트로피는 대만의 차지가 됐다.
부글거리던 대만 여론이 폭발했다. 대표팀 투수 장궈하오가 선봉으로 나선다. 국제 택배를 통해 문제의 인물에게 선물 하나를 보낸다. 투수용 글러브였다.
그리고 SNS를 통해 고급스럽게 한 방 먹인다. “앞으로 더 많은 투구 기술을 교류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마운드에서 대만과 대결하는 모습도 기대된다.”
설레발의 주인공은 머쓱해진다. 이미 피해 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자 바로 꼬리를 내린다. “대만의 우승을 축하한다. 선물을 기다리고 있다.” SNS에서 백기를 든다.
급기야 국제 운송이 일본에 도착했다. 스스로 언박싱 영상도 공개한다. 이 과정에서 다쓰미의 아내는 사죄의 댄스를 선보인다. 대만 응원곡에 맞춘 율동이다.
다쓰미의 야구 실력 자체는 출중하다. 타격의 정확성과 중견수 수비는 NPB 정상급이다. 덕분에 프리미어 대회 내내 일본 대표팀의 3번 타자 자리를 굳게 지켰다.
문제는 정신세계다. 너무 독특하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 이를 우려하는 관계자들이 여럿이다. 과연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가 어울리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이나바 아쓰노리 감독은 2026년 WBC 때도 중용할 계획임을 밝혔다.
팀 내 케미스트리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역시 지난해 프리미어 대회 때다. 결승전을 앞두고, 그에게 주문이 내려왔다. ‘선수단 분위기 띄우는 한마디를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나인들 앞에서 뜬금없이 이렇게 외친다. “난 미래에서 왔다. 미래라고 하면 오늘 밤 12시쯤이다. 알려드릴까? 걱정 말라. 우리가 이미 우승했다.”
말 자체는 이상할 게 없다. 문제는 표현력이다. 영 어색하고, 이상하다. 선수 중 한 명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말을) 조금 더듬고, 별로 자신 없는 톤이었다. 왠지 더 어색한 분위기가 됐다. ‘파이팅’ 하자는 분위기가 갑자기 식어버린 느낌이었다.”
그것 만이 아니다. 국가 연주 때는 산만하게 딴짓하는 장면이 TV 화면에 잡혔다. 그걸 본 네티즌의 질타가 쏟아졌다. 이래저래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진 캐릭터다. 일찍이 사무라이 재팬에는 없던 인물인 것 같다.
/ [email protected]
백종인([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