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기상·기후 관측의 핵심 장비인 라디오존데(Radiosonde)의 성능평가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등재하는 데 성공했다.
라디오존데는 대형 풍선에 매달려 약 35㎞ 상공까지 올라가 기온, 습도, 기압 등의 기상 상태를 측정하는 관측기기로 온습도 측정 센서와 신호 송신기로 구성된다.
KRISS는 열유체측정그룹이 웨덱스, 기상청, 한국기상산업기술원과 공동 개발한 ‘라디오존데 온도 센서 교정 시험법’이 기상학 분야의 국제표준(ISO 8932-1)에 채택됐다고 11일 밝혔다.
라디오존데 온도 센서의 성능을 정확히 평가하고 교정하는 국제적 기준을 최초로 마련해 전 세계 기후 예측의 정확도를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기온은 기후변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일차 지표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단기 날씨 예보는 주로 공기 순환이 활발한 대류권의 기온 데이터를 활용한다. 반면, 장기적인 기후변화 관측은 공기의 움직임이 적고 안정적인 성층권의 기온 데이터를 이용한다. 기후변화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성층권의 미세한 기온 변화를 지속해서 정밀하게 측정해야 한다.
성층권의 기온을 측정하는 도구가 바로 라디오존데다. 현재 전 세계의 기상청은 고층기상 기후 관측을 위해 라디오존데를 이용한다. 특히 대기 환경과 접촉해 데이터를 측정하는 라디오존데의 센서는 관측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고층 대기는 태양 복사열과 강풍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라디오존데의 측정 정확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센서의 주기적인 교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기존에는 라디오존데 센서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국제적인 기준과 절차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라디오존데 사용자들은 제조사가 제공하는 적정 성능 지표에만 의존해 장비의 성능을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어 고층 기상 관측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국제표준으로 승인된 ISO 8932-1 시험법은 고층 대기 환경에서 라디오존데 온도 센서의 측정오차를 교정하는 상세 기준과 절차를 규정한다. 이 시험법을 활용하면 최대 고도 40 ㎞, 최저 기온 –85 °C의 환경에서도 라디오존데 온도 센서의 보정 오차를 0.1 °C 이내로 정밀하게 유지할 수 있다.
이번 국제표준은 KRISS가 확립한 라디오존데 온도 센서 교정 기술을 토대로 개발됐고 각국 기상기후 전문가와 제조사 등이 참여한 국제표준화기구 실무그룹(ISO WG)의 검토를 거쳐 최종 승인됐다.
KRISS는 지난 2019년 온도, 습도, 기압, 태양복사, 풍속 등의 기상요소를 실험실에서 구현할 수 있는 ‘고층기상모사시스템’을 자체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기상 조건에서 라디오존데의 온도 센서를 정밀 보정하는 기술을 확보한 바 있다.
국제적으로 신뢰받은 시험법이 제정됨에 따라 고층 기상 관측 데이터의 정확성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라디오존데 제조업체는 제품 개발 단계에서 성능을 사전 시험해 개선할 수 있고 각국 기상 관측기관은 객관적인 기준으로 라디오존데의 성능을 검증하여 더욱 정확하고 안정적인 기상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KRISS 열유체측정그룹 김용규 책임연구원은 “이번 국제표준 제정으로 모든 국가가 신뢰할 수 있는 기상관측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되어 더욱 정교한 전 지구적 기후 예측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